“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극단적 자기성애자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주변의 불행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장편소설. 사전지식이 없이 시작해도 어느 순간부터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고유정 사건’과 겹쳐있다. 같은 듯 다른 결을 따라가다 보면 5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마지막에 다다른다. 숨 가쁘게 달려온 끝은 늪에 빠진 것처럼 눅눅하고 끈적한 기운만 남아있다.
‘악의 3부작’이라고도 불리는 정유정 작가의 전작 <7년의 밤>, <28>, <종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악이 어떻게 태어나고 점화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람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고개를 젓다가도 이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해하게 된다. 주인공의 모습에 오롯이 빠지다 보면 평범했던 주변인 역시 아무런 이유 없이 불행을 정면에서 맞는 인물이 아니라 잠재된 악의 기원을 발화시킨 존재가 되어버린다.
정유정 작가가 스릴러 대표작가 반열에 오르면서 전작인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진이, 지니>와 같은 작가로 묶는 게 어색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전작 역시 정상과 비정상, 옳고 그름, 인간과 동물을 이분법적으로 풀어가다 끝내는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