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아들의 휴대폰을 연다. 초등학교 6학년, 곧 중학생이 될 아들에게는 '보호'라는 명목의 검열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되지는 않는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상처를 주고받지는 않는지, 혹은 전남편의 말들에 아이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지.
엄마라는 이름의 레이더를 켜고 아이의 세상을 조심스레 훑는다. 그러나 이 일도 머지않아 그만두게 될 것이다. 아이의 세계가 점점 확고해질 것이고 내가 아무리 검열을 한다 해도 아이의 세계는 아이의 뜻대로 흘러갈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 날, 아이가 오전 개인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러 들어간 사이 열어본 휴대폰에는 뜻밖의 페이지가 펼쳐져 있었다. '메모장'이었다. 그 안에는 내가 알던 응석받이 아들이 아닌, 낯선 한 남자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다소 긴 문장이었지만 요약하자면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힘들어도 할 거면 똑바로 해. 게을러지지 마. 핑계 대지 말고 결심하고 계획한 대로 수행해. 선수답게 훈련해. 나약해지지 마. 네 꿈에 집중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다소 냉혹한 독려. 목표와 현실 사이에서 자신을 채찍질하며 중심을 잡으려는 아이의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전율을 느꼈다.
아이는 이미 혼자만의 대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타인의 통제가 아닌 스스로의 통제, '자기 객관화'라는 성장의 문턱을 이미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아이는 평소처럼 투덜댔다. "엄마, 날씨가 도대체 왜 이리 추워요? 오늘 너무 추워서 계획한 대로 훈련을 못 했어요. 나 이러다 선수 못 되는 거 아냐?"
나는 웃음이 났다. 방금 메모장에서 본 그 뜨거운 다짐이 아이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그 메모장을 모른 척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모른 척할 것이다. 그 아이의 세계에 잠시 침입했다는 것을 알리면 안 될 것 같다... 나는 아이의 눈을 보며 천천히 말을 건넸다.
"자민아, 우리 마음속엔 여러 명의 내가 살아. 하나는 '기준이 되는 나'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을 사는 나'야. 지금 너는 기준이 되는 네가 현실의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아 혼내고 있는 중인 것 같네. 그런데 그건 아주 좋은 신호란다. 이제 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네 안의 목소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
나는 덧붙였다. 기준이 되는 내가 너무 엄격하기만 하면 현실의 내가 금방 지쳐버린다고. 지금 네가 축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이 현실이니, 그 서툰 현실의 나를 인정하고 다독여가며 기준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엄마가 제 마음을 어쩜 그리 잘 아느냐는 듯, 아이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밥을 먹었다. 메모장을 훔쳐본 사실은 비밀로 남았지만, 그 비밀 덕분에 나는 아이를 향한 거대한 믿음 하나를 얻었다.
아이의 일상을 몰래 검열하던 나의 피로한 시간은 이제 다르게 정의된다. 아이 아빠와 헤어진 후 나의 이 고단하고 단조로운 일상은, 단순히 아이를 돌보고 생계를 위한 일만을 하는 시간이 아니다. 이 시간들은 자기 통제력을 갖춘 멋진 한 남자를 길러내는,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성장의 조력자'로서의 시간이다.
열세 살 나의 아들. 너무 엄격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나태하지도 않은 '건강한 초자아'를 가진 남자로 자라나길.
엄마는 이제 너의 휴대폰이 아닌, 너의 뒷모습을 믿음으로 지켜볼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