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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 Sep 26. 2015

La vida da muchas vueltas

인생은 돌고 돈다

 그땐 왜 그랬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에  입학할 당시, 대학생활 동안 꼭 유럽에 가보겠노라 다짐했었다. 사진을 통해서 고풍스러운 느낌의 멋진 건물들, 도시 골목골목 로맨틱한 분위기 그리고 자유로운 사람들을 상상하며 유럽을 동경했다.


 공강이 생기면 기뻐하고, 벼락치기로 시험을 보고, 친구들과 기숙사에서 치맥을 뜯는 소소한 재미를 만끽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일상에 적응하면서 조금씩 유럽은  머릿속에서 지워져 갔다.

 1년 쯤 지나 대학생이라는 설렘이 시들고 쳇바퀴 같은 일상에 지쳤을  때, 언젠가는 이 반복적인 생활에서 탈출 나의 로망 유럽에 꼭 가겠노라. 배낭여행이든  교환학생이든. 이라는 각오가 마음 속에서 삐죽삐죽 되살아 났다. 그래서 아무런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무턱대고 먼저 시청에 가서 5년 짜리 여권을 만들었다.


 여권도 만들었는데 뭔가 해야 할 것 같았다. 먼저 어학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교내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 '해피타임'에 참여했다. 그리고 운이 따라주어 교환학생을 도와주는 '국제학생회'에서도 잠시 활동하며 스페인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다.

 '해피타임'에서 만난 주안(Joan)이라는 친구는 바르셀로나 사람인데 2012년 3학년 2학기, 스페인 말라가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써 1년간 파견이 되자, 스페인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를 가족없이 외롭게 보내게 할 수 없다며 나를 바르셀로나로 초대해준 고마운 친구이다. 주안이 가이드와 사진기사 노릇을 톡톡히 해준 덕분에 몬쎄랏에서 멋진 돌산을 감상하고(비록 합창단의 노래는 듣지 못했지만...) 검은 마리아상을 만지며 소원도 빌 수 있었다. 몬주익 분수쇼를 2번이나 보고, 구엘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인생샷도 몇장 건졌다.

 

몬주익 분수쇼
몬쎄랏으로 출발! 쾌활하신 주안 어머니도 함께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따뜻한 숲 속에 있는 듯,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 당시 말라가에는 KFC가 없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식 치킨이 아니라, 구운 치킨을 주로 먹어서 튀긴 치킨이 한참 그리 울 때 였는데, 마침 사그라다 파밀리아 옆에 KFC가 있었다. 그래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둘러보고 난 후 건물 밖으로 나와 KFC에서 치킨과 콜라를 샀다. 그리고 건너편에  위치한 작은 공원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외관을 감상하며 열심히 치킨을 뜯었던 기억이 난다. 양념 치킨, 간장 치킨이 아닌 그냥 후라이드 치킨 이었지만 정말 꿀 맛이었다.



반년만에 맛 본 치킨!!!!!!!!!!!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나 다시 말라가로 돌아가야 했을 땐, 그 사이에 정이 많이 들어 헤어지기 아쉬워서 언제 또 만나겠냐고 울먹였었는데.. 2014년 상반기에 말라가대학교 생태학과 FYBOA 연구팀에 인턴으로 파견됐을 때, 주안을 말라가에서 다시 만났다. 주안은 그 당시 스페인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의 말라가 지사로 파견된 상태였다. 바르셀로나에서 말라가로 떠나기 전 공항 앞에서 주안과 내가 한 말이 있다. 'La vida da muchas vueltas(라 비다 다 무차스 부엘따스)' 우리 말로 해석하면 '인생은 돌고 돈다'이다. 한국, 바르셀로나, 말라가에서 계속된 주안과의 인연은 세상은 정말 좁고 그냥 스쳐가는 인연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과 인생은 참 알 수 없다는 생각을 내  머릿속과  마음속에 깊이 심어주었다.


 말라가로 처음 떠나는 날, 큰 딸을 해외로 보낸다고 긴장하신 부모님이 공항까지 데려다 주셨다. 이때 까지만 해도 처음이자 마지막 스페행일거라고 우리 모두 생각했었는데 이후에도 2번을 더 다녀왔다.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지 아직 모르지만, 인생은 돌고 도니까.. 어쩌면, 앞으로 또 기회가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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