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시간.
한국 아재의 진지한 일기 _ 시즌 1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아니 무슨 국민의례라도 할 기세네.
뭐 이렇게 격식을 차려...
레드카펫이라도 깔아 드려야 하나.
음.
오늘 간부회의에서 깨졌다는 전파는 받았지만
표정은 한일전에서 백두산 대폭발 슛 날린 얼굴이네.
"23ㅔ9ㄱ8 ㅛ123 야ㅕㅗ12ㅔ ㅗ1ㅐㄱ!!"
싸늘하다.
가슴에 잔소리가 날아와 꽂힌다.
김대리한테는 저걸로 잔소리.
박사원에게도 그걸로 잔소리.
이제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필살기는 잔소리보다 빠르니까.
들어라 세포들이여!
온몸에게 명령한다.
귀만 열고 나머지는 다 닫아라.
눈은 최대한 씰룩씰룩거리며 공감대를 극대화한다.
귀로 들어오는 소리는 귓밥으로 바로 전환한다.
고개는 리듬에 맞춰 15도 각도로 흔들어라!
그런데 잠깐..
이봐 한국 아재.
이게 네가 원하는 직장인의 삶인가?
부당하면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앞에서도 당당하게 이야기할 줄 아는.
부하직원들을 대신해서 총대도 매는 선배.
이런 게 바로 스웨그 아니야?
언제부터 철학보다 월급에 맞춰 살았어!
월급보다 철학 아니야?
한국 아재라고 써놓고
그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는 내 모습.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
호흡을 가다듬어라.
어차피 잔소리 재생시간은 5분이다.
인정해야 하는 이야기는 새겨듣자.
하지만 불합리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 순간을 파고들자.
사회생활 역시 타이밍이니까.
그래야 표심도 강력해진다.
물론 긴장된다.
회의 분위기가 깨질 수도 있겠지.
상사가 어쩔 줄 몰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
내가 주인이 되는 직장인의 삶이란 말이다!
자,
들어와 봐라..
"김 과장, 자네 요즘 매번 칼퇴하던데 마음 편한가 보지?? 엉!?"
(발끈)
".... 팀장님 부담되실까 봐 외근이라 안 써놓고 현장 갔었습니다."
"눈 떠있는 모든 순간의 초점이 회사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다시 영점 조준하겠습니다."
"저희 모두는 회사를 위해서, 아니.. 팀장님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 뭐 이런 ㅆㄲ가 다 있어. 어디서 입술에 기름칠이야!! 김 과장 빼고 다들 나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