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술을 이해했다.

한국 아재의 진지한 일기 _ 시즌 1

by 인싸맨


천의 얼굴을 가진 너,

술.



안 마시면 그립고,

마실 때는 즐겁고,

다음 날엔 보기도 싫은.



술에 힘들어하면서도 술을 찾는,

필름을 끊어지는 날이 많아지면서도

술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




예전 생각들이 나는구나.



20대 시절에는 연속 술자리 기록에 뿌듯해했지.


내 몸속에 토끼의 간이 있는 것 같았어.

늘 술자리의 끝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넋두리가 있었지.

그때는 몰랐어.

그건 걱정의 축에도 못 끼었다는 것을.



30대에는 회사로 무게 중심이 바뀌었지.


훌륭한 안주였어, 회사. 후후.

무조건 시켜야 해.


아무 생각 없이 부어라 즐겨라 먹던 20대와는

술자리의 성격 자체가 변했어.


과거 즐거움의 지분이 100%였다면

이때부터 다른 감정들의 지분이 늘었지.



이제 40대가 되었어.


이틀만 연속으로 마시면 얼굴이 까매져.

간 기능 개선제로 간에게 속죄하며 살아.


4일 로테이션 출전의 중요성을 알게 돼.

이 시기에는 자기만의 해장 루틴도 자리잡지.

(한국 아재: 끙. 따뜻한 샤워. 뜨아 + 갈배)


이때가 되면 술 자체를 많이 마시는 것보다,

술자리 자체와 사람과의 만남이 더 중요해져.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수많은 술병들이 있었지.


훗, 한국 아재.

그래도 난 네가 대견스럽다.



아직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많기에,

소중한 가족도 있기에.

이루어야 할 내 꿈과 목표도 있기에.


다시금 술에 대해 재정의를 내리고,

올바른 음주 문화를 선도할 수 있게 되었어.




(카톡)




훗.

예전 직장 후배 모임의 톡이군.


내가 겪었던 과정과 시행착오,

이제는 후배들에게 돌려주자.



술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함을 알려주자.


그것이 진정한 술자리임을.



그래.


오늘은 진지하고 차분하게

선배로서의 품격을 보여주겠어.























"형님.. 좀 일어나세요."

"옷 치워드려! 국물 묻는다!"


"큰일 났네. 형수님 전화다. 네가 받아 ㅠㅠ"

"일단 대리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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