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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싸맨 Dec 23. 2021

26일 동안 격리된 가장의 일기가 공개되었다.

자가격리에 후송 격리까지, 모든 인사이트가 담긴 글.

※ 이 글은 가장 많은 비중인 '코로나 경증'을 기준으로 하며 '격리'에 초점을 맞춘 글입니다. 코로나로 힘들어하시는 모든 분들의 회복을 응원드립니다.



코에 쑤시는 코로나 검사
너무 아플 것 같지 않냐?

딱 그랬다.


PCR 검사? 무엇인지도 몰랐다.

버스 속 답답함에 비말 차단 마스크(KF-AD)를 쓰던 나였다.



일 확진자수와 기사들을 보며 걱정하면서도 그런가 보다 했다.

직접적인 우려보다는 제삼자 관점이었다.


집에 오면 아이들에게 샤워 빨리하라고 잔소리할 때만 코로나를 이야기했었다.



약 한 달 뒤인 지금.


그랬던 내가 180도 달라졌다.



올드보이 군만두가 느껴지는 제목을 통해 들어온 당신.

모르긴 몰라도 처음의 나와 비슷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 글은 당신에게 아주 아주 중요하다.



왜 달라졌을까?

걱정스러움 보다 편한 마음으로 읽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과 공유하길 바란다.



나의 26일 동안의 경험이 당신의 간접 격리 경험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당신도 차분하게 2022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잠시 시간을 되돌려볼까?


타임 스톤을 통해 26일 전으로 슈욱! (출처: Google)





11월 29일, 월요일.


아내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고열과 오한이 심했다. 자택치료가 불가능했다.


그날 저녁,

후송차가 아내를 태우고 갔다.


9살 아들과 6살 딸,

그리고 나만 집에 남았다.



그때는 몰랐다.
지금까지 격리가 이어질 줄은.
아내가 후송 격리되었다. 시작이었다.



11월 30일, 화요일.


우리 셋은 밀접접촉자로 분류, 본격적인 자가격리를 시작하였다.

다행히 전날 받은 PCR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담당 공무원님이 배정 되었다.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도 설치하였다.


집으로 온도계를 포함한 키트,

그리고 구호품이 전달되었다.





12월 2일, 목요일.


전날 저녁부터 아들이 고열 증세를 보였다.

배달로 먹은 치킨을 허겁지겁 먹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구토와 두통, 복통을 호소했다.

황급히 담당 공무원님에게 연락하여 병원에 가겠다고 신고했다.

(앱은 격리 지역 이탈 시 경고가 뜬다)


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한 아들,

양성이었다.



보건소에서는 후송 치료를 권장했다.

나이도 어리고 백신도 안 맞았기 때문일 것이리라.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6살 딸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소독을 받았지만 집은 안전하지 못했다.

부모님들께서 돌봐주신다고 하셨지만 추가 감염에 자유롭지 못한 집으로 모시기 어려웠다.


딸 역시 아빠, 오빠와 같이 있고 싶어 했다.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자가치료 격리하겠습니다.
(출처: Pixabay)



12월 8일, 수요일.



첫째의 자가치료가 끝나는 날.


주말 격리 해제를 앞두고

확실한 격리 해제를 위한 안전장치 차원에서

둘째와 함께 PCR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둘째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황스러웠다.


첫째와 다르게 미열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고,

판정 결과 문자를 보는 내 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 이게 바로...

그렇다. 무증상 확진이었다.



등교를 앞두고 있던 첫 째는 물론,

자택 동반 격리 보호자였던 나 역시

자동으로 자가격리 기간이 열흘 늘어났다.


어쩔 수 없었다. 감내해야 했다.





12월 13일, 월요일.


둘째의 자택 치료가 종료되었다.

이제 3일만 지나면 보름 넘게 이어진 격리가 끝나는구나!



보름여 동안 미뤄왔던 외부 미팅 일정을 잡기 시작했다.

아빠로서 아이들을 잘 케어했다는 뿌듯함에 해제 첫날 저녁은 맥주 약속으로 잡았다.



자가치료를 마친 두 아이는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 나만 마무리 검사받으면,

이상 없이 세 명 모두 격리 해제될 수 있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11월 6일 화이자 2차를 맞았고,

12월만 세 번이나 받은 PCR 검사 또한 모두 음성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보건소로부터 전화가 왔다.




김현 님, 양성입니다.




12월 16일, 목요일.



자가치료와 후송 치료 중에서 결정을 해야 했다.


또다시 아이들의 등원과 등교를 미룰 수 없었다.

나 때문에 크리스마스 주간의 수업 재미를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3주 동안이나 학교와 유치원을 가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아이들 또한 힘들어하면서도 참는 것이 눈에 보였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남은 일정은 격리 해제되었음에도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아내에게 맡기면 되었다.



후송 격리 가겠습니다.


구급차가 도착했다. 말없이 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2월 23일 목요일, 오늘.



생활치료센터의 퇴소 안내를 받았다.


내일 아침 눈만 잘 뜨고,

밤새 특이사항만 없으면

26일째 격리가 드디어,


드디어 끝을 맺는다.



열흘간 후송격리 생활을 했던 경기수도권 2 생활치료센터.


하루에 30분은 멍하니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코로나 PCR 검사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내가 경험한 26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업을 하고 있었고 육아가 붙었기에

자택 격리의 여유로움은 전혀 없었다.


방을 나가지 못하는 후송격리의 열흘은

군대 말년 시절이 생각나는 인내와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결국 난

제대..

아니 출소..


아니 퇴소를 앞두고 있다.




26일 격리에 대한 상황이 잘 이해되었는가?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더 관심 가져도 좋다.


26일간의 감정과 깨달은 점을 참기름 짜내듯이 압축해서 당신에게 전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 글을 다 읽고 나면 필수 구비 물품 리스트도 완독 선물로 기다리고 있다.)







1. 걸린 다음부터는 '왜 걸렸는지'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과거를 파고들 여유는 없다.

어떻게 걸린 거고 누구 때문에 걸린 거고..

이런 거 다 필요 없다.

원해서 걸린 것이 아닌 걸.

대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지옥'속 서로를 경계하는 사람들로부터 어둠을 느낀 우리 아니던가.


아픈데 감정까지 상하면 더 어려워진다.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출처: 넷플릭스 '지옥' / google)



2. 조마조마해진다.


아내가 확진으로 후송된 이후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아무리 추워도 하루 3번 환기를 했고,

세탁기가 욕할 정도로 배게, 이불, 옷 모든 것을 계속 돌렸다.


보라. 미안하다고 하는데도 입 열고 욕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아이들의 이마를 만졌고, 아픈 곳은 없는지 물었다.


그럼에도 열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불안했다.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했다.

적어도 나는 아플 수 없었다.


아이들이 밤에 잠이 들면 그 때야 마음을 놓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하루 내내 조마해지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3. 심적 부담감을 떨치는 것이 정말 어렵다.


나도 '자가격리하면 편하게 집에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었다.



........

... 반성한다.



프리워커인 나 또한 집에서 더 노트북으로 시간을 할애하며 사업을 챙겼지만, 낙엽 떨어지듯 미팅을 취소하고 또 연기를 반복하는 마음은 생각 이상으로 쓰렸다.



나만 정지된 시간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유튜브 키즈'님께 아이들을 부탁하고 틈틈이 노트북에 앉았지만 사업 파트너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나를 괴롭혔다.

뒤쳐지는 듯한 압박감을 떨치는 것이 힘들었다.



조마조마해봤자 나만 손해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쥐고 흔들지도 마라.

시간은 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당신의 생각만큼 그렇게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우울한 마음을 떨쳐야 했다. 거실에 재즈 bgm을 계속 틀어놓았다.



4. 부모님들의 연락이 많아진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부모님에게 뜸한 안부 연락을 당연시하게 된 나.

 

이번 사태(?) 이후 매일같이 손주들과 아내, 나의 안부를 물어보시는 부모님들의 연락에 느끼는 것이 많았다.



나 정신없고 힘들다고 절대 안부 연락을 소홀히 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나중에는 아예 먼저 상황을 정리해서 업데이트해드렸다.

복사 붙이기 문구임에도 안심하시더라.



많이 보던 듯한 문구가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결국에는 가족이더라.
자가격리 동안 아이들에게 귤 한박스를 먹였다. 계속 챙겨주다보니 나중에는 웍질까지 하게되었다.




5. 기운 빠지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다.



첫째의 격리기간이 끝날 때 둘째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둘째의 격리치료 종료일에 내가 돌파 감염이 되었다.


되돌아보면 그 두 날이 가장 힘들었다.



신체적인 부분보다는 '자유'를 기대했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 때문이었다.


이건 답이 없다. ㅠ

그냥 버티고 흘려서 떠나보내야 하는 수밖에.


※ Tip.

어린 자녀들을 둔 가족 자가치료의 경우 집 안에서의 완벽한 격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최대한 접점을 최소화하게 만들고 소독과 면역력을 챙기는 일이 중요하다.



6.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래나 저래나 맘만 먹으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후송 치료는 더 그렇다.


가만히 있으면 많이, 아주 많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방 밖을 나갈 수 없다.


딱 이 상황이다. (출처: 올드보이 / google)


매일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았다.

내 분야인 프랜차이즈 칼럼도 여러 개 발행했다.



달력을 뜯어서 뒷면에 내년 사업 로드맵을 스케치했다.

평소였으면 연말 미팅과 식사, 외부 일정으로 엄두도 못 냈던 일이다.


마냥 풀어질 수도 있다.

알겠지만 그러면 시간은 더 안 간다.



열흘이든 그 이상이든 중요한 것이 있다.


격리 기간을 죽은 시간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
달력아 미안해 (메모는 부끄러우니 해상도 최소 GO)



그렇다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재충전도 필요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가격리 때에는 셀프 격려를 위해 피파 22를 주문해서 1일 1게임을 실천했다.

(심지어 격리 5일 차부터 크리스마스 할인 행사를 했다)


후송 격리 때에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의 존재에 여러 번 감사를 느꼈다.



집에 가서 하고 싶다. ㅠㅠ



7.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 (중요)


자가격리(치료)를 하면 보건소의 여러 부서에서 연락이 온다.

역학조사팀, 재택치료팀, 감염병대응팀..


매일 2번(이상)씩 체온과 산소포화도, 혈압도 재고 앱에 등록해야 한다.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야 나중에 변수가 생기거나 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내가 더 떳떳하게 도움 요청을 할 수 있다.


꼭 이런 상황일 때 뭔가 일탈을 하고 싶고,

슈퍼마켓에 가고 싶고 하는 용기를 내지 마라.



※ 여러 번 절실하게 느꼈는데.. 보건소 직원분들, 치료센터/병원 관계자분들 '정말 어마어마하게' 고생이 많으시다. ㅠㅠ 진짜 감사해야 한다.

 


이 진짜 의미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후송 치료를 와서는 정말 군대 말년 시절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답답함과 싸워야 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언론 보도대로라면 내가 나가서 부스터 샷만 맞으면 슈퍼 면역 파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 여러분에게 꼭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여러분의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이 시국이 언제 끝날지도 모를뿐더러, 감염력 또한 생각 이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안 걸려야지."라는 생각도 좋지만

만약 당신이 이 생각에서 오는 피로감과 무력감의 부정적 요소를 더 크게 느낀다면, 한 단계 낮춰서 생각해도 충분하다는 말이다.



걸리면 철저하게 대응해주겠어.


나 역시 2년여간 미디어와 상황이 만들어낸 막연한 불안감 안에서만 있었다.

하지만,

이 인고의 시간을 겪어보니 오히려 경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최소한 앞으로는 '걱정을 위한 걱정'은 하지 않겠구나..라는 깨달음 때문이다.



엄마가 후송된 다음 날, 아이들이 그린 카드.



공교롭게도 격리 해제일인 내일이 크리스마스이브날이다.


아빠와 함께 보름 넘게 씩씩하게 잘 버텨준 두 아이들,

그리고 내가 없을 때 아이들을 잘 챙겨준 아내가 있는 집으로 드디어, 드디어 간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 모두 걱정을 조금은 덜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 모두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행복으면 좋겠다.



코로나가 당장 없어질 수 있을까?

코로나에 안 걸리는 것이 정답인 삶인가?


이제는 정답인 삶을 찾으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여러분이,

내가,

우리가 찾아야 하는 삶은 단순하다.


그것은 바로


정상인 삶

이니까.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완독 선물 1. <격리를 위한 필수 구비 물품>


- 체온계 ('브라운' 제품이 가장 좋음. 광고 아님. 자가치료와서도 이거줌)

- 해열제 (자녀가 있을 경우 '챔프' 여유 있게 필수로 구매)

- 두통약, 소화제 (열이 오르거나 통증이 있을 때 필요)

-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주말에는 PCR 검사하는 곳 찾기 쉽지 않음)

- 후송 격리 시 : 건전지(마우스), 파자마/내복 (편하게 있으려면)



※ 완독 선물 2. <추가 TIP>


- 지역 불문하고 보건소와 통화되기 정말 쉽지 않음. 여러분에게만 그런 게 아니니 불안해하지 말고 기다리길. 알아서 때에 맞춰 연락 오고 안내해주심.

- 자가격리 시 최대한 곰탕, 과일 등 면역력/비타민 필요한 것들 주문해서 먹기

- 후송 격리 시에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은 꼭 챙기기. 탄산 음료수가 생각나는 상황이 많음.

- 잘 곳이 바뀌어 잠을 쉽게 들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그에 맞는 준비품목 꼭 챙기기. 남성은 면도기 필수

(안 그러면 나처럼 나갈 때 산적됨)

- '격리 해제 확인서'는 여러 가지로 필요함. 자녀 학교 외에 미팅 시에도 이를 필요로 하는 회사도 있음. 꼭 챙기길 바람.



소중한 분들에게 건강 안부와 함께
이 글을 공유해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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