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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익 Jul 09. 2024

아이가 울면서 왔다. (친구관계 갈등)


초3 딸래미, 친구들이랑 학원 끝나고 논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고, 중간에 편의점에서 라면 사먹어도 되냐고 해서 이야기 들어본 뒤에 그러라고 했다. 음료수 사먹어도 되냐고 전화가 와서, 그러라고 했다. 아이가 카드 결제할 때마다 1,500원 결제, 1,800원 결제 알람이 울렸다. 아이가 무엇을 하든, 엄마에게 허락을 구하고 약속한 만큼 지출하는 것이 안정감있게 느껴졌다. 



6시 30분까지 집에 온다고 했다. 45분이 되었는데도 안왔다. 전화가 왔다. 노느라고 잊었다고. (아, 그랬구나. 오고 있니?) 지금 가는 중이라며, 지금 기분이 안좋고 속상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집에 와서 이야기 하자, 잘 돌아오라고 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눈물을 터트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오늘 함께 논 친구들이랑 오늘 하루만에도 3번이나 갈등, 화해, 갈등, 화해를 반복했던 모양이다. 화해를 할 때에 본인이 먼저 사과했고, 친구 마음을 풀어주려 노력했다고 했다. 그런데 세번째 갈등에서는 결국 친구에게 무시(?)를 당했고, 관계를 풀지 못한 채 딸 아이도 어쩌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온 듯했다. 



집에 와서 엄마한테 설명하고 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방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통화를 하다가, 금방 나오더라. 무슨 대화를 했느냐 물으니, 또 엉엉 운다. 나는 딸아이가 친구 때문에 속상해서 엉엉 우는 걸 처음 봤다. 대체로 강한 척 하고 크게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편인데, 무장해제 되어서 우는 모습을 보니, 이건 엄마가 무조건적으로 들어주고, 무조건 안심시켜주고, 안정감을 줘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너 혼자 있어?’ 라고 묻고, 딸아이가 그렇다고 대답하니 ‘진심으로 절교하자’라고 했다고 한다. 그이야기를 하면서 엉엉 울었다. ‘너희 친구들 사이에서는 절교하자라는 말을 쉽게 하는 편이니?’ 라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한다. 그런 말은 친구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라, 하면 안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단 뜻이다. 



본인은 여러번 친구에게 ‘ㅇㅇ아~‘하며 풀고, 갈등을 넘어서고, 그렇게 애썼지만 결국은 인사도 안하고 쌩하고 헤어졌다. 집에 와서 전화로 절교선언을 당했다. 이 상황이 엄마인 내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살면서 이런 일은 또 겪는다. 7살 때도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 것. 정말 못되 쳐먹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아이들이 천사라는 말? 난 동의하지 않는다. 세상엔 악하고, 드럽고 치사한 것도 있다. 아이들은 그런 세상 속에서 산다. 



내가 완전히 보호할 수 없다. 아이가 겪어나가며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하다. 그깟 것에 자기 가치감에 손상이 오지 않길 바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렵고 힘들 때에 함께 있어주는 것, 기댈 곳이 되어주는 것이다. 



한참을 들어준 다음에. 내가 아이에게 뭐라고 말했냐면, 애썼다. 나는 네가 그렇게 먼저 사과하고 받아주는 거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너가 할만큼 했으면 이제 그만해도 된다. 어떻게 하고 싶니? 라고 물었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네가 먼저 사과하고, 더 다가가고 싶니? 아니면 거리두기 하고 싶니? 아니면 도움을 구하고 싶니? 딸아이가 더 이상 놀기 싫다고 했다. 그럼 지금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시간 지나서 풀릴 수도 있지만 지금 네가 마음이 상했고 더 이상 놀고 싶지 않다? 그럼 그래도 된다고. 친구 미워할 수 있다. 미워해도 된다. 그리고 그건 영원하지 않다. 괜찮아질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고. 그냥 지금 네가 느끼고, 생각하는 거 다 괜찮다. 그냥 그걸 아주 간단히 명료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인거. 그건 약간 내 이슈가 섞여들어간 것 같기는 하지만. ㅎㅎㅎㅎㅎ





딸아이는 정서적 개방성이 높은 아이는 아니다. 말해줘서 고마웠다. 위로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원래 잘 말안하는데…‘너는 지금 위로받아야 하니까. 네가 잘못한게 아니야.’ 라고 말했더니, 퇴근한 아빠에게도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중요한 순간에 안아줄 수 있고, 담아낼 수 있어서 상담과 부모교육을 공부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 배움은 배신하지 않는다. 계속 공부하고, 나눠야한다. 이런 순간에 더 깊어져가는 관계, 아이가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으로 붙잡은 듯해서, 기록을 남겨본다. 





그랬더니 딸아이가 수그러들고 나자 기분좋게 저녁시간을 맞이했다.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내일 상담하지? 나랑 이야기하는 것 처럼 해. 그렇게만 하면 잘될거야. 그 내담자도 나처럼 같은 문제로 힘들 수 있잖아.“



나까지 덤으로 힐링, 위로, 격려를 받았다. 뜻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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