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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익 Oct 31. 2023

바쁜 엄마가 아이들과 교감하는 방법

퀄리티타임 노하우

아이들과 보내는 순간을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서는 그 자리에 머무르며 느끼는 것이다. 많은 일로 분주하며 준비하느라 시간과 정신을 쏟아내다 보면 놓치기 쉬운 것이 얼마나 많은가. 최근에 내가 그랬다. 공부하고 싶은 게 많아 책을 늘 끼고 있었고, 아이들과 있으면서도 온 정신을 다해 고민하고 책을 읽었다. 모임을 만들고 준비하느라 분주해서 아이들이 출근하기를 기다리고, 육퇴 하기만 오매불망 기다렸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을 집으로 초대한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가 등장한다. 마르다는 손님맞이로 한창 분주하고 바빴다. 하지만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 곁에 앉아서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었다. 마르다는 마리아를 보며 화가 났고, 예수님께 “예수님, 동생에게 저 좀 도와주라고 해주세요.”라고 항의했지만, 예수님께는 씨알도 안 먹혔다.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분주하지만, 네 동생 마리아는 정말 중요한 것을 붙들고 있다.” 말씀하셨다. 역시 뼈 때리기 원조 예수님이시다.


나도 이 말씀을 볼 때마다, 마르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릴 땐 아이들만 보아도 되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나의 시간과 공간, 세계가 확장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아이와의 시간이 확 줄어들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내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가? 진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는 것을 통하여 말이다.


나는 아이와 얼마나 교감하며 지내고 있는지, 우린 더 많이 깊어지고 있는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결국 가족을 더 사랑하는 일인 것인데 그동안 일하지 못한, 꿈을 펼치지 못한 세월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에 속도의 완급조절에 실패할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멈추지 않고 내 세계로 달려 나간 것을 깨닫고, 지금-여기 아이와 있는 시간에 발붙이며 머무르려 노력한다.


엄마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때, 절대적으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않다. 아이와의 퀄리티 타임을 가지려고 한다면 붙들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바로 아침에 헤어질 때, 저녁에 다시 만날 때, 저녁 타임, 하루를 마무리하는 잠자리 시간이다. 나 같은 경우는 프리랜서로 살고 있으니, 일과 가정의 분리가 딱히 없지만 나에게도 아래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있다.


-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반갑게 굿모닝 인사하기

- 기분 좋게 학교, 유치원 보내기

- 돌아왔을 때 반갑게 맞이하기

- 오후 시간에 숙제 봐주고, 책 읽어주기, 보드게임하기

- 저녁 준비 잘해서 같이 먹기

- 자기 전에 큐티하기

- 행복하게 잠들 수 있도록 하기



일어나면서 “잘 잤어?” 하고 안아주며 하루를 시작했다. 학교/유치원 가는 길에 손잡고, 오동통한 손을 만지작 거린다. “오늘 재미있게 놀아! 무조건 제일 재미있게!” 하며 손 흔들어준다. 걸어가는 뒷모습이 작게 보일 때까지 바라본다. 이 아이가 커서 자기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뭉클하고 고맙다.


나의 시간을 만끽하고, 오후에 유치원 앞으로 데리러 갈 때 아이를 보면 반갑게 맞이하고, 별것도 아닌데 같이 깔깔깔 웃는다. 같이 간식 사 먹으러 빵집에 들렀다가 아이스크림을 사 온다. 아이스크림이 녹을까 봐 냅다 달리는 아이에게 “배달의 민족님! 부탁해요~” 외친다. 아이들이 둘이 사이좋게 노는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다. “너희들이 재밌게 노는 소리가 엄마 듣기가 너무 좋다.” 흐뭇한 마음을 전했다.



잘 되진 않지만 아이들이랑 있는 오후 시간에는 핸드폰을 보거나, 내 책을 읽는 것은 미뤄두려 한다. 아이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한다. 눈 맞춤을 한다. 품에 안고 장난을 친다. 아이가 말하는 것에 경청하고 대답을 한다. 모든 말에 귀 기울이기는 어려운 미션이다. 다만 어쩌다 정말 재미있거나, 웃기거나 내 아이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유익한 정보를 득템 할 수 있으니 긴장을 놓치지 않는다.


자기 전에 말씀 묵상을 하고, 같이 기도한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진지하게 말씀을 듣는 모습을 보면 말씀 가르치는 엄마로 기쁨을 느낀다. 차례로 재워준다. “안아줘”라고 하는 아이를 꼭 껴안아주며 꿈나라로 보낸다. 이렇게 하면 나의 육퇴성공!



아이와의 순간을 만끽하고, 존재로 즐거워할 때 떠오르는 말씀 구절이 있다.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다. 내가 이런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내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 사랑의 원천이기도 하다. 마르지 않고, 다 헤아려지지도 않는 큰 사랑을 받았기에 내 슬픔이 사라지고, 상처가 회복된다. 아이에게 내 사랑이, 하나님의 사랑이 늘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습 3:17]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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