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베리팜 최선희 농부
카페에 가면 꼭 블루베리 스무디를 먹는다. 달달하면서도 톡톡 튄다.
블루베리를 보면 왠지 모르게 ‘샤랄라’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태그로 치면 #블루베리 #디저트 #달콤 #♡♡ 라고나 할까.
이러한 블루베리를 키우는 사람 중, ‘체대나온 농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블루베리와 체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땡큐베리팜’은 선희 씨와 남편, 둘이 운영한다. 부부 모두 체대를 나왔다.
농장엔 빨간 단풍이 든 블루베리 나무가 빼곡하다.
블루베리 나무가 단풍이 들면 빨간색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왠지 블루베리 나무는 사시사철 파란색일 것 같았는데.
농촌에서 보고 겪는 것들은 프로 도시러인 내 생각을 항상 비켜간다. 땡큐베리팜도 그렇다.
땡큐베리팜을 운영하는 선희 씨 부부
농장의 시작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희씨 남편이 별안간 블루베리 농사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후배의 말에 혹해 남편이 블루베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3년 전에는 농장이름을 땡큐베리팜으로 짓고, 땅을 빌려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했다.
블루베리가 좋다고 이야기하는 남편의 모습에 질겁했다.
블루베리 가격이 폭락해 농사를 포기한 농가에 보조금을 지원해 줄 때도 남편은 포기하지 않았다.
졸지에 블루베리와 사랑의 라이벌이 됐다. 많이 싸웠다.
남편이 농사짓는다고 할 때 눈 앞이 깜깜했어요.
농사 짓느라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안 도와줬어요.
자기가 벌인 일이니까 알아서 수습하라고 신경도 안 썼어요. 농장에 한번도 안 가봤다니까요.
블루베리와 농장에 관심을 끊고 살았다. 남편은 농장에서, 선희 씨는 도시에서 열심히 살았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다 문득 ‘이렇게 지내는 게 맞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농장으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집은 대전에, 농장은 논산에 있다. 농촌에서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탓에 출퇴근을 선택했다.
농사를 짓는다고 꼭 농촌에 살 필요는 없지.
생각해보니 남편은 내가 하는 일에 불평을 안하는데, 난 남편이 하는 일이 망하라고 외치고 있는 거예요.
부부가 잘되려면 마음을 맞춰서 함께 해야하는건데…. 마음이 바뀌었죠.
회사 다니며 주말에 농장 일을 도왔어요.
그러다가 회사 일에 치이는 것도 벅차고, 농장 일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죠.
선희 씨가 농장에 합류하고 나서는 이곳저곳 손을 대기 시작했다.
남편과 업무 분담을 확실히 했다.
대외적인 홍보와 디자인, 기획은 선희 씨 담당. 남편은 농사 담당.
최근에는 블루베리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 발 벗고 나섰다.
블루베리 즙도 만들었고, 블루베리 마카롱도 만들었다.
블루베리 즉석밥도 개발 중이다.
콩밥처럼 말린 블루베리가 밥에 얹어져있단다. 좀처럼 비주얼과 맛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순창바게트’나 ‘베네치아 30년 전통고추장’같은 느낌.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 살기 힘들죠. 근데 남편은 농사만 짓고 판로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안하는 거예요.
‘이 바보!’ 이러면서 제가 이런저런 일을 상상하고, 실행했죠. 가만히 있는다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게 아니잖아요.
어느 곳이나 반장이 한 명 씩은 있다.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성격도 화끈하고.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가고, 뭐든 알려줄 것 같은 반장.
선희 씨 별명도 ‘최반장’이다. 그래서인지 말 한마디마다 신뢰가 느껴진다.
건네준 명함에도 농부, 청소년지도사, 공정여행가, 업사이클링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이 적혀있다.
명함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적었어요. 처음 가진 직업은 청소년 지도사.
공정여행은 학생들이랑 떠난 체험활동이 단조롭고 재미없다보니까 관심이 갔어요.
관광지만 도는 기존 여행들과는 달리 스스로 여행의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게 좋더라고요.
폐장난감을 주워 메모꽂이를 만들었다. 농장 창고에는 선희씨가 만든 물건들이 가득하다.
선희씨는 만들 줄 아는 것도 많다.
버려진 장난감으로 메모꽂이를 만들었고, 팔레트로 테이블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모여 떠들 수 있도록 농장 마당에 게르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농장 창고에는 선희씨가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하다.
“처음엔 그림 그리기나 뭘 만드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어보려고 공방을 다니기 시작했죠. 공방에 맨날 폐목재 가져가서 이걸로 뭐 만들 수 있냐고 물어보고. 공방 입장에선 얼마나 어이없겠어요. 다행히 공방 사장님이 절 안 쫓아냈어요. 사장님이랑 같이 맨날 쓰레기 가지고 뭐 만들었어요. 재활용의 차원을 넘어 쓰레기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게 좋아요.”
뭐든 잘 만드는 선희 씨가 브랜딩 전문가가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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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김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