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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파머 Apr 16. 2018

시골의 반짝이는 농가에 사는
플로리스트 겸 도예가

도윤공방 이현아 씨

네비게이션으로 찾을 수 없는 집

시골길을 운전하는 건 힘든 일이다. 
어디 가서 모범택시 운전수 같다는 소리도 들어봤는데, 도윤공방에 가는 길을 3번이나 잘못 들어갔다.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다 견인차에 끌려갈 뻔했다.
주차까지 세이프하고, 겨우 한숨을 돌리니 강아지 한 마리가 달려온다. 
한적한 시골길과 팔랑팔랑한 멍멍이라니, 환상의 조합.

현아씨의 반려견인 콩이

도윤공방 찾아오셨죠?
헌옷수거함에 안 입는 옷을 버리러 나선 이현아씨와 마을 길에서 마주친 건 우연이자 행운이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도윤공방에 입성했다.



3천만원 주고 산 농가,
마법사가 사는 집으로 리모델링하다

도윤공방은 궁금증을 부른다. 사진 한 장만 올라와 있는 블로그, 농촌 감성이 폭발하는 인스타그램
모든 것들이 신비롭다. 시골길을 지나다니면서 흔히 보는 ‘도자기 공방’ 과는 다를 거라는 느낌적인 느낌. 
느낌적인 느낌을 믿고 덜컥, 논산까지 왔다.

“공방은 어떻게 아셨어요? 여기가 좀 외져서 찾아오기 힘들어요. 그래도 집 바로 앞에 버스도 다니는 나름 번화가예요. 길이 좁아서 버스 한 대 들면 아무도 못 지나가긴 하지만….”

버스 한 대 겨우 다닐만한 시골길 한 쪽에 도윤공방이 있다.
대문부터 농촌 감성이 뿜어져 나온다. 
삐걱거리는 대문을 열면 보이는 텃밭과 지붕에 대충 얹어놓은 골함석의 모습이 #농촌감성 태그를 저절로 달게 만든다. 투박하지만 감성적인. 

현아씨네 집, 열린 문으로 들어가면 작업장과 가마가 보인다.
3천만원 주고 이 집을 샀어요. 처음에 가격 듣고 ‘빌리는데?’라고 되물었어요. 어떻게 3천 주고 집을 사? 서울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가격도 저렴하고, 무너지진 않았고, 사람이 살 순 있겠구나 싶어서 그냥 샀죠. 고치면서 사는 중이에요.

은색 함석은 일본 주택들 함석 녹슨 느낌이 좋아서 일부러 설치했어요. 근데 설치해주시는 사장님이 튼튼하라고 아연 도금된 거로 해주신 거예요.
녹이 하나도 안 슨다고 뿌듯해하시는데…. 제 의도랑 완전 딴판이 됐죠.

친구가 마을 입구에서부터 집이 반짝거린다고 놀려요. 오즈의 마법사 집 같다고요.


시골 기술자의 뜻하지 않은 친절로 탄생한 마법사의 집 같은 공간. 
작업장에는 도예 도구가 널려있고, 가마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천장은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막기 위해 천들이 덧대어져 있다. 
천을 지붕에 달아놨을 뿐인데, 그것마저 평화롭게 보이는 건 아마 내가 도시의 삶에 지쳤기 때문일 터다.

현아씨의 집에는 작업 도구가 즐비하다.

“지붕에 덧댄 천들은 직접 달았어요. 집이 낡아서 지붕 사이에서 물이 막 새니까 지붕에 양동이도 걸어놨어요. 주방에 싱크대도 직접 만든 거예요. 벽 페인트칠도 친구들이랑 했어요.
개인적으로 페인트칠하는 건 추천 안 해요. 그런 건 사람을 불러야 해요.
기술자가 괜히 기술자가 아니에요.”


집안 곳곳 현아씨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게으름으로는 어디가라면 서러운 이라면 아마 불가능한 일. 
그러나 농촌에 살기로 마음먹는 순간, 꼭 해야 하는 일들이다. 
현아씨의 손길로 채워진 도윤공방엔 우리를 마중 나온 멍멍이 콩이와 현아씨. 함께 산다.



▶반짝이는 은색 집, 도윤공방에서 벌어지는 현아씨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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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로파머
김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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