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파머 Jun 01. 2018

잔혹한 플리마켓②

본격 도시청년 자급자족프로젝트 유기농펑크

아롬쌤,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요?


차가운, 그러니까 찬우물 농장 이상린 대표가 말하는 ‘농부로 사는 삶’은 뭘까.
도시농장을 운영하며 자신만의 농사를 짓고 소비자와 거래하는 차가운도 엄연한 농부다.
하지만 뜬금없는 그의 질문은 ‘평생’ 농부로 살 수 있는 삶을 의미하겠지.
그런 삶을, 우리는 살 수 있을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플리마켓의 안내 역할을 했던 차가운

오전에만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하루종일 비가 내린 플리마켓 날.
차가운 도시의 유기농은 보안여관 구관 입구에 부스를 차렸다.
빗방울과 한기가 차도유 부스로 밀려들어왔다.


‘도시의’를 담당한 로이든 쉐프는 보안여관 신관 4층에서 그만의 키친바를 갖췄다.

도시의의 안락한 실내공간이 부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차도유가 보안여관 플리마켓의 시작과 끝 지점에 자리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우리에게 큰 든든함이 됐다.
 
 

“우와!”
“아유, 장돌뱅이 생활 하루이틀 하나”

오자마자 착착, 부스를 완성한 차가운.
사실 차가운은 마르쉐를 비롯한 파머스마켓에서도 셀러로 활약한 경력이 있다.
사실 처음하는 세모아를 준비하며 면과 삼베로 된 천을 조금씩 샀지만, 그가 꾸민 부스를 보며 꺼낼 수 조차 없었다.
그는 농산물을 돋보이게 해주는 세팅을 너무나 훌륭하게 잘 해냈다.
 
“아, 아롬샘이 노란 민들레를 캐왔지. 나는 흰 민들레를 좀 캐왔는데. 자, 이건 아롬샘 해요.”
게다가 나와 겹치는 농산물은 쿨하게 나한테 넘기는 아량까지.
이번 플리마켓은 철저하게 차가운에게 의존하는 이벤트였다.


가장 먼저 매진된 자두나무 가지와 꽃차. 모두 차가운이 준비했다.
보안여관측에서 붓글씨로 설정한 차도유 푯말과 내가 준비한 유기농펑크 푯말과 냉이꽃 세팅.
플리마켓의 즐거움은 역시 먹을거리다.
베이컨을 판매하는 셀러가 우리가 판매하는 냉이꽃과 아스파라거스를 구워다 줬다. 맞은편 안동맥주에서 맥주를 얻어먹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의 모든 아마추어’라는 이름의 장터에서 아마추어 농부를 담당한 우리는 장터의 쓴맛을 봤다.
마르쉐 같은 파머스 마켓에 익숙한 차가운은 관람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다.
정성스레 수확한 토종농산물보다 자두가지가 가장 먼저 매진됐다.
빨간 꽃봉오리가 오른 자두가지는 관람객을 우리 부스로 모으는 역활을 톡톡히 했지만, 금방 동이나 버렸다.
나는 판매할 물품이 너무나 적었다. 준비과정에서 이야기 했지만, 이미 판매할 양보다 투자한 비용이 더 큰 상황이었다.
 
비 오는 날의 싸늘한 기온은 우리를 추위에 떨게 했고, 입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부스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새로운 셀러와 이야기하고 친해지는 과정은 잠깐 즐거웠지만, 오랫동안 우리 부스보다 플리마켓의 정보를 묻는 관람객을 응대하며 차가운과 내 얼굴에서는 점점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렇게 지쳐가는 동안 모종 12,000원 어치를 사가며 2,000원을 깎는 손님에게 친절히 대할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결국에는 나보다 대농인 차가운이 깎아줬지만, 계속 한번씩 우리 부스로 찾아와 이것저것 묻는 그가 얄밉기까지 했다.
뒤돌아보니 별 일 아닌 일 같다만, 당시에는 그랬다.



유기농펑크의 첫 플리마켓 수확은 얼마였을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헬로파머 홈페이지에서 전문으로 만나보세요(링크).


ⓒ 헬로파머
이아롬 기자 arom@hellofarmer.kr

매거진의 이전글 잔혹한 플리마켓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