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자유롭게 만드는 곤충 이야기
지우와 피카츄는 내 어린 시절 모험 동반자였다.
어릴 때 곤충을 좋아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애니메이션인 <포켓몬스터> 때문.
그 속에 등장하는 많은 포켓몬 중에는 곤충을 모티브로 한 것이 많았다.
그런 포켓몬을 ‘곤충형 포켓몬’이라 부르는데, 다른 동물 포켓몬 보다 진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전 단계를 알아볼 수 없게 형태가 바뀌었다.
캐터피가 단데기로 그리고 버터플로, 뿔충이가 딱충이로 그리고 독침붕으로. 그때는 단순히 만화적 상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제의 곤충도 이런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알에서 애벌레로,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그리고 마지막에 화려한 성충으로.
어떻게 하나의 생명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 변화의 과정은 알고 봐도 신기했고, 변화된 모습은 경이로웠다.
어릴 적 생명의 경이를 알려주었던 곤충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가며 다른 존재가 되었다.
아니, 곤충은 그대로인데 내가 변했다. 곤충은 ‘벌레’가 되었고, 징그럽고 위험한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 그 시절, 어릴 적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소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안산의 곤충체험농장인 ‘어스프리’의 윤종현 농부.
곤충과 사랑에 빠진 소년의 눈빛을 지닌 그는 마치 자신의 보물을 보여주 듯 곤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곤충을 소개할 때는 한없이 진지해지는 윤종현 농부
이건 장수풍뎅이예요. 너무 더워서 그런지 움직이지는 않네요. 이런 날씨에는 곤충들도 힘들어해요.
이건 굼벵이예요. 이렇게 경기판에서 달리기 경주도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이 거미는 타란튤라라고 많이 알려진 거미예요. 털도 나있고 무섭게 생겼지만, 그렇게 사람에게 위협적인 곤충은 아니에요.
어스프리는 굼벵이, 장수풍뎅이를 비롯한 곤충 10여 종을 키우는 곤충체험농장이다. 그러나 곤충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토끼나 거위같은 다양한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도 있고, 곤충을 이용해 캔디나 젤리 같은 간식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계절 텃밭체험, 숲체험, 조형물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농장에서 하루를 만끽해도 모자랄만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곳.
프로그램 곳곳에 다채로운 경험과 곤충의 매력을 전달하기 위한 농부의 고민이 담겨있다.
곤충캔디, 우리나라에서는 할로원데이가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다.
윤종현 농부는 어릴 때부터 곤충이 좋아서 부모님이 운영하던 과수원 한 켠에 공간을 마련해 곤충을 키워왔다.
그저 곤충이 좋아서, 다양한 곤충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좋아서 곤충을 기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취미생활이었던 곤충사육은 미국에서 ‘곤충캔디’를 접한 이후 180도 달라졌다.
마치 호박처럼 곤충의 형태가 그대로 봉인된 캔디는 어찌보면 작품같기도 했다.
어린 파브르 눈에는 그 다음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식용곤충이다.
하지만 농부가 본 가능성과는 달리 식용곤충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여기는 번데기를 반찬이나 간식으로 먹는 한국이 아니던가.
오랫동안 벌레는 보기 불편한 식품이었고,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농장 안에서는 여러 동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어스프리 곤충체험농장
이쯤에서 궁금해졌다. 도대체 식용곤충이 왜 미래산업일까, 왜 미래에 필요하다고 하는 것일까.
현대의 환경오염 문제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대규모 축산업이에요. 사람들이 풍족하게 고기를 소비하기 위해 많은 곡물들이 사료로 쓰이고 있고, 많은 수의 가축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죠. 하지만 곤충은 소, 돼지와 같은 동물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적은 자원과 면적으로 고단백의 영양을 제공할 수 있고, 대규모 축산업으로 교란된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어요. 말 그대로 지구를 자유롭게(Earth Free) 해 줄 수 있는 것이죠.
기자의 상상력에서 식용곤충의 미래는 영화 <설국열차> 속 단백질 바 정도에 미쳤다.
언젠가 기후이변으로 인해 식량이 부족해진다면 그 부족한 식량의 대체품으로 식용곤충을 먹겠지.
하지만 식용곤충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의 대체식품이 아니라 그런 미래를 오지 않게 하는 예방책이다.
또 현재 우리의 먹거리 문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환경을 보호한다며 나름 일회용품도 덜 쓰고, 분리수거도 열심히 해왔는데.
내가 먹는 것 또한 지구 환경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숙연함 마저 급습했다.
물론 쓰레기를 덜 만드는 법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구를 지키는 다양한 방식을 알게 된다면, 미래의 지구는 좀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다.
곤충과 지구에 대한 애정이 담긴 농부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 곤충에게서 느끼지 못한 귀여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나 열려있는 어스프리 곤충체험장의 문을 열고, 지구를 지키는 방법과 곤충의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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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기자 org@hellofar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