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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Oct 23. 2019

1,000명을 인터뷰하다

[씨-멘트] 프롤로그: 인터뷰 멘트를 톺아보다

사람을 만난다.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듣는다.) 그리고 그것을 정리하여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그것이 기자로서 하는 여러 업무들 중 하나인 '인터뷰'의 기본적인 형태다. 전혀 모르거나, 혹은 거의 모르는 타인을 만나서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어색하지 않게, 더욱이 양질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준비를 해도 계획대로 흘러가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고, 전혀 예고도 없이 (때문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인터뷰 상대를 맞이해야 하는 경우도 적잖게 발생한다. 물론 그 어떠한 상황의 인터뷰도 상당량의 에너지 소모를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났던 인터뷰이의 명단과 더불어 인터뷰 녹취를 풀어낸 녹취록을 차곡차곡 모아 두고 있다. 특별히 뭔가를 해보려는 의도라기보다는 그저 아주 오래된 정리벽 때문이다. 최근 해당 인터뷰이 목록이 천 명을 넘어섰다. 물론 그중에는 (조금 과장해서) 분초 단위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인상적인 인터뷰도 있고, '내가 이런 사람을 정말로 인터뷰했어?' 하고 놀라게 되는 이들도 있다. 기록을 도움 삼아 기억을 끄집어내는 작업 과정에서 톺아보니 그저 인터뷰의 한 조각으로 묻어두기 아까운 멘트들이 눈에 띈다.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묵혀두니 오히려 더 빛이 나게 된 것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씨-멘트]로 정했다.


'OO씨의 멘트'로 읽혀도 좋고, '멘트를 보다(씨: See)로 해석되어도 무방하다. 이제 막 시작점에 선 현재의 나로서는 각각의 멘트들이 어떠한 방향과 모양새로 뻗어나갈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가 앞으로 '인터뷰'를 준비하거나, 마주하게 될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멘트의 바다(Sea)'를 헤엄치고 뭍으로 나온 이들이 각자의 인생에 필요한 멘트를 단 하나라도 건져 올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인터뷰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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