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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Aug 06. 2021

행복의 기준은 나

[씨-멘트] 슬기로운 배우 김대명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지금 내가 행복하냐'다. 행복의 기준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향해야 한다.
(배우 김대명, 2014년 12월 인터뷰에서)


언젠가부터 '행복'이란 단어가 내 삶에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대학 졸업 후부터 오랜 시간 해오던 기자를 대책 없이 그만두었을 때, 당시 회사 대표님에게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행복하지 않아서요." 물론, 그때 대표는 날 미친놈 보듯 쳐다봤지만.


이후 만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지금 행복하니?"를 묻고 또 묻고 다녔다. 어쩌면 그렇게 타인이 내놓은 행복에 근거해 나의 행복을 찾아볼 요량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기준부터 완전히 잘못 잡은 셈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나 한참 전 배우 김대명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었다는 점이다. 이걸 그때 좀 좀 더 일찍 떠올렸어야 했는데...


김대명 배우와의 만남은 꽤 생생하다. 지난 2014년 겨울이었고, 눈이 옅게 내리던 날이다. 인터뷰 이후에 친구들과 종로에서 술 약속이 예정됐던 터라, 그날 술자리에서 김대명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도 있다. '미생'이라는 드라마로 당시 이름을 알리게 된 김대명 배우는, 우리 대학교의 동문이기도 했다.


김대명 ⓒ tvN '미생' 스틸


특히 연기예술학과의 경우 내가 다녔던 신방과와 강의실, 매점 등을 공유했으며, 복수전공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동일한 수업을 듣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학연, 지연, 혈연을 걷어내려고 해도... 막상 이렇게 업계에서 만나면 반가운 감정이 생기는 것까진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날 김대명 배우는 중학 시절 왕따를 당한 기억을 끄집어내 들려줬다. '미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만큼 인지도가 올라가고, 또 입지나 작품에 대한 섭외 요청이 늘어난 것으로 인해 현재의 마음이 크게 동요하거나 흔들리진 않는다는 이야기를 위해서다. 정작 자신의 행복에서 중요한 것은 수시로 변하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향해야 한다는 설명과 버무려졌다. 좋은 작품, 좋은 선후배 동료 배우들, 좋은 스태프를 만나 즐겁게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느끼는 행복. 그것은 철저하게 자신에게 맞추어진 행복의 기준에 근거했다.


어쩌면 그가 조정석, 전미도, 정경호, 유연석 등과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주연을 꿰찬 것은, 이렇게 단단하게 잘 다져진 내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요행이나 단순한 운을 통해 이렇듯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된 것이 아니라.


언젠가 또 인연이 닿아 김대명 배우를 만나게 되면, 조금 더 그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리고 나만의 행복의 기준을 잡고, 늘 평가하듯 따라다니는 타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야겠다.


짤방 쌍브이(V).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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