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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Oct 31. 2020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인터뷰는 대화다

하루가 멀다 않고 다양한 인터뷰가 포털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실상 우리가 아는 그런 '인터뷰'는 대부분 사라졌다. 매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인터뷰이가 이들 모두의 인터뷰를 소화할 수 없게 된 탓에 '1대 1 인터뷰'가 어려워졌다. 정말로 아쉬운 일이다.


현재 다양한 형태로 쏟아지고 있는 대부분의 기사는 '라운드 인터뷰'다. '라운드 인터뷰'는 1명의 인터뷰이에 적게는 4-5명, 많게는 9-10명의 기자가 모여 진행되는 사실상 '기자회견'에 가깝다. '인터뷰'라는 타이틀을 달기 좀 무색하다. 어쩔 수 없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인터뷰]라는 섹션 자체가 아예 멸종할지도 모르니깐.


ⓒ박현민


인터뷰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다. 일방통행이 되어선 안 된다. 그런데 1대 多 형태면, 어쩔 수 없이 일방통행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떨 땐 취조 같기도 하고, 어떨 땐 받아쓰기 같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관계는, 그저 메일로 문답을 주고받는 것으로 대체되는 것 이외의 무언가가 존재한다. 현장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무형의 것들이 가공의 시간을 거쳐서 텍스트로 구현되고, 그것이 다시 여러 명의 독자에게 전달되는 과정. 인터뷰는 분석형 기사나 칼럼형 기사가 담아내지 못하는, 또렷한 당사자의 목소리가 있다.


언젠가 후배 기자들과 앉아 변해버린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이제는 화석처럼 되어버린 그 시절 1대1 인터뷰 당시의 느낌을 헤집어내 기록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씨-멘트]는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다.


말의 생명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씨-멘트]가 다시금 생기를 얻어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든 가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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