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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 Mar 15. 2022

아빠의 미놀타 카메라

 아빠 나이 30대 초반에 미놀타 카메라를 샀다. 왜 샀냐 물으니 가족사진도 찍고 싶고 지인들 사진도 찍고 싶었다고 했다. 어디서 샀는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다 혼자 샀다고 했다. 미놀타 카메라라고 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모델명은 삼성 미놀타 x300으로 당시 20~30만 원대의 보급형 카메라. 신기하게도 인터넷에서 동일한 모델을 많이 팔고 있었다. 요새 사람들이 사용하는 DSLR과는 달리 카메라 모양 그대로  생긴 케이스가 있었다. 케이스를 보니 어릴 적 카메라를 만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삼성 미놀타 x300


 아빠의 데뷔무대는 교회 찬양대회였다. 모든 처음이 그렇듯 아빠도 무대를 선사람 만큼 긴장감과 흥분을 갖고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찬양대회는 아빠의 비공식 데뷔로 끝났다. 현상을 위해 사진관을 가니 주인이 사진이 안 찍혔다고 했다. 아빠는 교인들에게 엄청 미안하고 민망 했다고 한다. 요새야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서 어디라도 저장되어 있을테지만 당시에는 카메라 기사가 사진을 못 찍으면 아무대도 기록이 남겨지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아빠와 카메라의 기억은 초등학생 시절 제주도 여행 갔을 때이다. 다행히도 그 때 찍은 사진은 가족 앨범에 잘 보관되어 있다.

 제주도에서 아빠는 카메라를 손에 들려주며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 줬다. 처음으로 만져보는 카메라가 신기했다. 그리고 대단한 사람이 된 것 마냥 뿌듯하고 기뻤다. 아빠가 멋있었다. 아빠는 능숙했고 친절했다. 드르르륵 하며 필름을 감고 똑딱 거리며 셔터 스피드를 맞추는 촉감을 아직 또렷이 기억한다. 아마도 카메라엔 아빠의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 일거다.


 그 후로는 그 카메라에 대한 기억이 잘 없다. 아빠에게 물어보니 당시 필름가격이 삼 천원 정도 되어 찍을수록 부담이 되었고 거기에 현상하는 가격이 더 들어가 자연스레 관심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카메라는 장롱 속에 처박혀 버렸다. 몇 년 후 장롱 속 카메라에 곰팡이가 피었고 고물상에 팔았다고 한다.


  몇 년 전에 나도 DSLR카메라를 샀다. 아빠가 미놀타 카메라를 샀던 나이 그 즈음이다. 멋 좀 부리겠다고 샀는데 영 취미가 맞지 않아 서랍 속에 쳐 박아 두었다가 최근에 지인에게 싸게 팔았다. 부전자전인가보다. 그래도 아빠처럼 가족사진을 남겼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아빠에서 나로 바뀌었지만 사진 찍는 사람의 마음은 그대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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