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일본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by AOI BOOKS

날마다 눈부시게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나를 다시 찾고 싶었다. 나는 나를 모른 척한 채 얼마나 많은 날들을 엄마로 살아온 것일까. 그것도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일본에서 외딴 섬처럼 외국인으로 살아가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무런 방해도 없다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아무 도움도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두 아들을 키우고있는 한 한국인 친구는, 그 3년 동안 자신이 보던 세상의 색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고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나 역시 그랬다.


첫째를 낳고 2년 터울의 둘째를 낳아 3년을 키워내던 시간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인내와 고난의 시간이였다. 혼자만의 싸움에 가까웠다. 기쁨보다 책임이 앞섰고, 감정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기능을 먼저 작동시키며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시간들이었다. 행복한 순간보다 해내야 한다는 부담에 더 짓눌려, 그 시절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나를 위로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루하루를 넘겼고, 그 시간들은 낙엽처럼 켜켜이 쌓여 아이들은 자랐다. 그리고 때가 왔다. 첫째는 만 다섯살, 둘째는 만 세 살이 되었고, 나는 비로소 자유를 얻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온 뒤에도, 어디선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곧 혼자임을 깨닫고, 천천히 나에게 시선을 돌려 보았다.아직은 어색하다.


밥을 차리는 일에서, 빨래 더미에서, 식사 도중 갑자기 달려가 아이들의 응가를 닦아주던 일에서 잠시 멀어져, 이제는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아무런 방해 없이 해보기로 한다. 먼저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는 것부터 시작해 본다. 천천히 나와 친해져 보자. 엄마로 살아온 날들, 수고했다고 조용히 토닥이며 마음이 가는것을 찾아가는 나의 여정을 이곳에 담아보려 한다.


지금 일본에서 살아가는 시간들, 그리고 그보다 더 이전의 나의 삶이 겹겹이 섞이며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고 있다. 가끔 울기도 하고, 자주 웃기도 하는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이방인으로서, 엄마로서, 낯선 나라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배운 인내와 사랑의 모양, 그리고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고요한 다짐들을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가 본다.


이 글이 지금 이 순간에도 타지에서 작은 아이들을 키우며 하루를 버텨내고 있을 어떤 엄마들에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