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간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 질문을 받고 문득 오늘 하루는 고민을 안고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작년의 나는 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은데 힘들었던 시기의 나에 대한 기억을 꺼내는 것은 쉬운일은 아닐테니. 작년의 나는 예정에 없던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맞이하는 일과 나의 정체성 사이에서 꽤나 많은 고민을 했었다.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당시 상황이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졌던 것도 있었지만 20대 내내 발전, 성장과 같은 단어에 파묻혀 살다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30대를 맞이한 내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과 어떻게 다른가요?
2019년 여름의 나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상황을 회피하려고 했었지 않나 싶다. 당시의 나는 일과 사람 사이에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했었는데 아마도 20대 시절 내내 발전이라는 단어에 맞춰서 끊임없이 알고, 배우고, 잘하려고 했던 나의 삶의 자세가 한계에 부딪히게 되자 스스로에게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상황을 풀어나갔던 것 같다.
내년 이맘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작년과 달리 올해의 나는 조금 더 편안하게 8월을 맞았다. 물론 작년에 비해 대단한 삶의 변곡점을 만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실행하는 모든 과정에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담으려 노력한다. 그 덕에 작년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나를 감싸고 있는 외부적 상황도 한결 나아지고 편해진 느낌이다. 아마 내년의 나도 올해의 나와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옷장 안에 줄서있는 Navy 컬러의 옷들을 보면 나란 사람의 일관된 취향에 대해 다시 한번 놀란다.) 다만 올해의 나가 편안함을 느꼈듯 내년의 나도 올해와 같은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꿈을 이루느니 어쩌니 해도 우리의 하루는 소박하게 흘러간다고 말했던 어느 작가의 말처럼 나는 나의 삶이 소박하지만 단단한 삶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