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됨은 사명이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God blessed them and said to them, "Be fruitful and increase in number; fill the earth and subdue it. Rule over the fish of the sea and the birds of the air and over every living creature that moves on the ground."
창세기 1:28 (Genesis 1:28)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에게 있어서 매우 익숙한 성경 구절이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창조의 절정인 인간을 그분의 형상대로 창조하신 하나님은, 한 남자와 한 여자로 하여금 가정을 이루게 하셨다. 위 구절은 인류 최초의 공동체인 가정의 탄생 이후 아담과 하와 즉 인류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라고 명령하시며 복을 주시는 장면이다. 그동안 수도 없이 읽어온 성경 말씀이었기에 외우다시피 했었지만 부모와 가정과 관련한 말씀과 묵상 중에 새롭게 깨닫는 은혜가 있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근대화된 사회에 살며 풍요를 누리고 남녀 구분 없는 교육환경 속에 있었기 때문에 결혼 전까지, 아니 더 자세히는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남녀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자신이 노력하고 성취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특권을 누리며 부모님 세대의 수고와 노력 덕분에 부족한 것 없는 학령기였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회에서 최소한 교육만큼은 남녀 차별 없이 동등하게 받아왔던 것 같다.
그러나 취업 후 승진이나 보상에서 남성들이 조금 더 유리하다는 것은 냉혹한 현실이었다. 여성들에겐 임신과 출산이라는 큰 과제가 있으니 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아니 은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가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경제적인 부담, 그리고 경력 단절의 두려움 등 복합적인 이유로 비혼을 선택하거나 출산을 포기한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는 마음 한편을 씁쓸하게 만든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크리스천 여성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접근을 달리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걸 떠나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임을 말씀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크리스천은 오로지 성경을 근거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황과 환경이 어떠하다 해도 우선순위는 오직 말씀인 것이다.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Lo, children are an heritage of the LORD: and the fruit of the womb is his reward.
시편 127:3
엄마가 되는 것은 축복 중에 축복이다. 그렇다고 만만한 일도 아니다. 오죽하면 '애 보는 것보다 밭 매는 것이 더 낫다'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두 아이를 양육하며 느꼈다. 그렇다. 나에게 육아는 무척 힘든 일이었고 낯설었으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왜 학교에서는 육아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걸까 의문이 들기까지 하며 모든 어머니들을 향해 존경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내 성취를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그에 따라 응당 보상이 있는 사회 시스템에 익숙했던 나에게, 단기간의 보상은커녕 나 자신을 위한 시간조차 확보되지 않는 육아는 말 그대로 고행 같았다. 분명 사랑스럽고 귀한 아이의 존재에 감사함으로 낳아 키우고 있었건만 그동안 사회에서 배워온 유물론 기반의 사고체제 때문인지 얼른 아이를 키우고 밖에 나가서 단절된 경력을 어떻게 하면 이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밤에 아이를 재우고는 유행하는 드라마를 챙겨보며 꿀 같은 휴식을 하기도, 자기 계발을 하며 커리어우먼을 다시 꿈꾸면서 포트폴리오 업데이트하기를 반복했다. 사회에서 승승장구하는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부러워하면서. 육아는 그저 어떻게든 후딱 끝내야만 하는 미션이라 여겼던 것 같다.
번역 아르바이트도, 시간제 영어강사도 시도해 봤다. 아이를 키우면서 하려니 구미에 맞지 않은 조건이거나 너무 제한적이었다. 그렇다고 풀타임 직장인으로 나갈 용기도 없었다. 신앙인의 최소한의 양심으로 아이들이 엄마를 가장 필요한 순간 같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바꿔 말하면 나는 세상과 신앙 속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그러나 인격적인 하나님은 여전히 고집 센 나를 서서히 바꿔가고 계셨다. 나에게 '엄마'라는 놀랍고 위대한 사명을 주심을 조금씩 깨달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사회에서 배운 체계로 사고가 굳어져있는 마음에 말씀이 들어가 나를 바꾸는 일은 불편하고 자아를 상실하는 느낌이 들었으나 오히려 나를 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모범적인 프로 자기 계발러인 나는 '성취욕'이라는 우상을 하나님보다 더 높은 위치에 두며 그저 기복신앙처럼 혹은 마술사처럼 하나님을 이용하기까지 해왔다. 이런 모자란 나를 하나님은 서서히 쪼개셨고 말씀 앞에 적나라하게 바로 서길 원하셨다. 내가 선망하던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성취, 다른 사람들의 인정, 그 모든 것에 앞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하고 그분이 우선이 되길 기다려주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능력이 짧아 사회적인 성취를 하고 싶은 내 기도를 안 들어주시거나 내 기도가 부족해서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사사기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내 소욕대로 행하다가 하나님과 더 멀어지고 교만에 휩싸일까 봐 깨달음의 은혜를 베푸신 것이다.
'엄마가 되는 것'이 사명씩이나?
처음 이 말씀을 전해 들었을 때 가히 충격이었다. 난 한 번도 부모 됨에 대해서 사명과 관련시켜 보지 못했다. 그저 세상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게, 내 자식을 키우니 당연한 일을 할 뿐이라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위에 언급된 창세기 1:28 말씀처럼 명령하시고 복을 주신다. 꼭 나가서 전도를 해야만, 선교지에서 선교를 해야만 사명자가 아닌 것이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 그리고 그것이 가정 안에서 경건한 자녀를 길러내는 일이라면 보석같이 귀한 일인 것이다.
아, 이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나 보다. 신앙을 차치하고라도, 엄마의 역할이 가정에서 얼마나 큰 지를 생각해 보면 어렵제 않게 이 사명에 대해 고찰해 볼 수도 있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믿음 안에서 아이들을 잘 양육하고 믿음의 유산을 남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여성이자 엄마인 나에게 주시는 최고의 특권이라 감히 고백한다.
혹시 일과 육아 속에서 고군분투하거나 예전의 내 모습처럼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 성취를 우선으로 좇고 있는 크리스천 엄마들이 있다면 하나님의 명령을 기억하며 자신의 엄마 됨이 어디서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사명인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하나님께서는 무엇보다도 가정을 통해 다음 세대를 양육하고 믿음을 이어가길 간절히 원하시는 분임을 또한 잊지 말자.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믿음의 유산을 엄마로서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들에게 전해준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매일매일 아이들을 대하자. 그럼 어느새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만져주시고 변화시켜 주셔서 하루만큼 더 풍성함을 날마다 누리는 사명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말씀을 사랑하는 모든 크리스천 맘들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