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중의 대세, 그 이름도 자랑스러운 BTS(방탄소년단).
Army(BTS 팬클럽)는 아니지만 세계 무대에서 대활약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애국심마저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이다.
RM의 괴물 같은(?) 영어 실력
내가 영어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세계적인 미디어와 영어로 인터뷰하는 그룹의 리더 RM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RM(Rap Monster)이라는 이름처럼 그의 괴물 같은 영어실력에 감탄했고, 그가 국내파 영어고수란 점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며 영어 인터뷰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걸 보면 영어통역사인 나도 흠칫 놀라는 순간이 많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팀을 대표해 인터뷰를 도맡는 모습은, 같은 국내파로 자부심과 존경심마저 들 정도다.
시간이 갈수록 원어민처럼 자연스러운 영어를 구사하는 비결이 도대체 뭘까?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래서 RM의 영어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봤다. 직접 만나 묻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는 관계로 그의 영어 관련 인터뷰를 찾아봤다.
"I taught myself English. Actually, my English teaher was the sitcom, 'Friends.'"
영어를 독학했어요. 제 영어 선생님은 미드 '프렌즈'랍니다.
"So firstly, I watched with the Koreasn subtitle, and then, next time, I watched with the English subtitle. And then, I just removed it."
처음엔 한글자막으로 보고, 다음엔 영어자막, 그리고는 자막 없이 시청했어요.
- 2018년 미국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The Ellen DeGeneres Show)에서 RM 인터뷰 중-
미국의 유명 토크쇼에서 밝힌 그의 영어공부법 인터뷰 덕분일까?
2018년 당시 다시 프렌즈로 영어공부 시작하는 사람들과 프렌즈로 공부하는 영어수업에 대해 광고하는 학원들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보니 몇 달 전 '프렌즈 리유니언'에 BTS가 깜짝 출연했었는데 이 얼마나 신기한 인연인지. 내가 RM이 된냥 신이 나기도 했다.
UN에서 연설하는 RM (출처: UNICEF 홈페이지) 프렌즈 셰도잉 하면 RM처럼 영어 할 수 있는 겁니까?
이쯤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RM처럼 '셰도잉'을 하면 되는구나라는 자연스러운(?) 결론도 도출할 수 있다. 질문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너무 일찍 실망했다고? 물론 셰도잉도 너무나 좋은 영어공부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실력과 상황, 통하는 공부 방법이 너무나 달라서 이분법적으로 '네, 아니오'로 답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 어쩌면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지 않았는지? 한번 돌이켜보시라. 시대에 따라서 국내에서 유행하는 영어공부법은 항상 존재해 왔다. 더 냉정하게 말한다면, 영어공부 대신에 좋다고 소문이 난, 또는 그럴듯한 영어공부법만을 찾아왔던 건 아닌지 자문해 볼 타이밍이다.
그렇다면 RM의 경우는?
RM 같은 경우 꾸준한 노력과 소위 말하는 영어에 대한 기초체력이 있었기 때문에 셰도잉으로 엄청난 실력 향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초보 수준의 영어실력인 사람들에겐 셰도잉 자체가 자칫 스트레스만 줄 수도 있다. 영어 하는 사람으로서 판단하건대, 셰도잉을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 문법이나 문장 구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우선이다. 게다가, 별 재미도 없는데 단지 영어공부만을 위해서 남들이 좋다 말하는 시트콤을 계속 돌려본다는 것... 영어강사인 나도 얼마 못하겠다.
그럼 어쩌라고요..?
'영어 잘하는 사람이 100명이 있다면 그들에겐 100가지 각기 다른 공부방식이 있다'는 말이 있다. 바꿔 말하면, '다른 사람의 성공한 방법이 꼭 내게 통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영어 공부하라는 건가? RM처럼 유명인은 아니지만, 나도 국내에서 영어를 하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팁을 적어보려고 한다. (국내파 영어고수가 된 이야기는 '순수 국내파 그녀는 어떻게 호주 명문대를 갈 수 있었나?'를 참고하시길)
세세하게 콕 집어주는 방법보다는 몇 가지 원칙만 이야기해보자.
1. 영어는 강도보다 빈도
영어는 다이어트와 같다. 신경 쓰고 관리하면 나아지거나 유지가 되고, 손을 놓는 순간 걷잡을 수 없어지기도 하는. 모국어가 아닌 이상에야, 평생을 신경 쓰며 관리해야 하는 존재다. 그래서 짧게라도 자주 만나길 추천한다. 강도보다는 빈도가 우선이라는 마음으로. 매일 10분이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틈새시간이라도 자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친해지더라.
2. 내가 좋아하는 분야와 영어를 접목시키기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주제와 영어를 접목시키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영어공부 빈도'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영화를 좋아하면 관련한 영어 영상을, 낚시를 좋아한다면 관련한 영어 영상을 찾아보는 식이다. 요즘같이 퀄리티 있는 해외 유튜브, TED 등 활용할 수 있는 각종 매체들이 너무나 많다. 그것도 무료로!
3. 조금 뻔뻔해도 괜찮아
내가 영어를 할 때 가장 발목을 잡았던 것은 다름 아닌 '완벽주의'였다. 체면을 중요시하는 한국사회 분위기상, 말을 할 때 문법적인 실수하는 것이 잘 용납이 안되었고, 머릿속으로 완전한 문장을 생각하고 수정하고 입 밖으로 내기 일쑤였다. 그러니 답답했고 실력은 더디 늘었고 자신감도 점차 사라졌다. 언어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실생활에서 많이 부딪히며 해본다는 것이다. 알고 나면 참으로 단순한 원리인데 그놈의 완벽주의 때문에 손해를 본 느낌이다. 영어를 할 때만큼은 최대한 뻔뻔해지길 바란다. 어차피 언어는 평가의 대상이 아닌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RM의 사례로 시작해서 영어공부에 대한 원칙을 그럴싸하게 정리했지만, '절대적인 영어공부법은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금도 계속 영어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있고, 온라인 영어 스터디를 1년 가까이 운영해오고 있지만, 영어는 내게 늘 숙제 같은 존재다. 그래서일까? 나의 영어 목표는 무척이나 단순하다.
꾸준히 즐겁게 영어랑 친해지기. 어제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