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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민 Feb 19. 2021

걸리는 게 없어서 한 결혼은 걸리는 것 투성이였다.

결혼 생활이 어려운 이유

그를 처음 만난 날, 나는 우리가 결혼하게 될 줄을 알았다. 이건 나의 의지가 담겨 있을 수도 있는데 어쨌거나 확실한 건 한눈에 이 사람과의 '결혼'을 떠올릴 만큼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1년의 뜨거운 연애 후, 우린 결혼했고 신혼 2년 차인 나는 누군가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 물으면 이렇게 말한다.


'걸리는 게 없었다.' 고


 정 없고 차가운 느낌일 수도 있지만 정확한 표현이다. 나는 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지난 연애와 삶을 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와 더 잘 맞는,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을만한, 서로로 인해 성장할 수 있을 확률이 높은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사랑꾼인 나는 사랑 없는 결혼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변함없는 사랑을 위해 다른 여타 조건들도 충족이 되어야 하는 현실적인 사랑꾼이었다. 그런 모든 항목에서 당당히 All Pass를 하신 거라는 거다.


여기서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사실 너무 아름답겠지만 인생사, 그렇지 않다. 여전히 남편은 너무나 좋은 사람이고 둘도 없을  짝꿍인  맞지만 결혼생활은 All Pass  남자와도 걸리는  생기게 되는 .  All Pass 어쩌면 '콩깍지가 '이나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Pass' 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연애 때에는 서로의 잘난 부분들을 하나하나 알아갔다면 결혼 후에는 서로의 모난 부분을 알아간다. 마치 신이 ' 이래도  사랑해? 이래도?' 하면서 나를 테스트하는  같다.  인생에 다신 없을 완벽한 짝꿍인 그가 세상에서 가장 나를 분노케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사랑스러웠던 그가  보기 싫어지기도 한다. 평화로운  때를 보내다가 생각지 못한 일로 갑자기 다투게 되어 아주 불쾌해질  있다. 기혼자들의 결혼하지 말라던 충고가 예전에는 이미  자의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일부분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 이것이 내가 이전에 했던 모든 연애와 다른 점이자 결혼 생활의 어려운 부분이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모난 부분까지도 인정하는 것, 더불어 내 모난 부분을 인지하고 기꺼이 깎아 나가는 것. 확실히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이 결혼을 행복하게 유지할 수 있다. 나의 결혼 생활은 대부분 행복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심히 고통스럽다. 나와 그는 서로 부딪히며 깎여 나가야 한다. 아파도 끌어안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를, 우리의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할 것이므로.


오래전,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에서 잉꼬부부인 션, 정혜영 부부가 했던 말이 이제는 깊게 박힌다. 사람들은 보석을 찾아 결혼하려 하는데 처음부터 보석을 생각하고 결혼하면 실망만이 따르게 된다고. 사실은 원석을 만나 보석이 되어가는 과정이 결혼 생활이며 사랑하는 사람이 보석이 되어가는 과정을 본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일이라고. 나 또한 그렇게 보석이 되어가는 거라고.


혹 남편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볼멘소리만 늘어놓아 섭섭할지도 모르겠지만 보석이 되어 가는 여정을 다른 이 아닌 그와 함께 해 나갈 수 있어 난 참 감사하다. 당신은 아주 가끔 날 고통스럽게 하지만 날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이 이기도 하다는 것을, 당신에게도 내가 그러했으면 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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