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민 Dec 06. 2021

속 시원한 MBTI

나도 날 모르는데 네가 날 아네.


MBTI에 늦게 빠진 흔한 30대.

아직도 누가 내게 MBTI가 무엇인지 물으면 폰에 저장된 것을 한 번 확인하고서야 정확히 말해줄 수 있지만 (왜 이렇게 안 외워지는지) 어쨌든 확실히 MBTI에 흥미가 생겼다.


MBTI 관련 글을 볼 때마다 앨범에 저장된 내 유형을 체크하고 다시 돌아가서 내 유형을 찾아보고

'오..? 진짜 나네?' 하는 일이 꽤 있었던 것! 이것이 내게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달까?


20대의 나, 화창해보이는 사진을 가지고 왔닼ㅋㅋㅋㅋㅋ


20대의 나는 매우 명확한 사람이었다.

나는 나를 몇 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에 비하면 조금 더 심플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은 더 복잡해진 나를 마주한다. 외향적인 줄로만 알았던 내게 내향적인 모습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좋아하지만 갑작스러운 약속은 좋아하지 않고 집에 갈 때는 혼자 가는 게 편하다.


솔직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편이라 나는 감정적인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결혼하고 보니 오히려 남편보다 내가 더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나는 T, 남편은 F이다.)


이쯤 되면 나는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 건지 일관성이 없는  같기도 하고 명확하고 확실한 것을 좋아해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할  있었으면 싶은데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은 나에 대해 어렵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MBTI에서 나의 유형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이 복잡한 나를!!!


'너의 유형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라고 정의 내려주니 세상 속이 시원했던 것. 가끔 나도 낯선 내 모습들까지도 이해받는 느낌이라 힐링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의  성향은 언제부터였을까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어쩌면 나는 - 이런 사람이었을지도, 이전엔 몰랐던 나를 하나씩 깨우쳐가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에는 '내가 바라는 나'의 성향을 조금 더 쫓았던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쏠렸던 나의 관심이 나이를 먹으며 나에게 온전히 머무르면서 남의 시선 상관없이 그대로의 진짜 '나'를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MBTI로도 설명할 수 없는 나의 다양한 모습들조차 그저 나 자체임을. 내가 나에게 더 귀 기울이면서 알게 된 나의 진짜 모습들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가 마땅히, 기쁘게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아, 나는 ESTJ이다.

염격한 관리자, 엣티제.


ESTJ들이 사랑하는 박명수님의 엣티제 공감짤로 글을 마무리한다.



작가의 이전글 오빠, 나는 결혼 생활이 어려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