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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SHOP Jun 09. 2017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멋 부리지 않는 멋, 연희동 네일

우리는 나만 빼고 모두가 아름다운 피드를 유영하며 살고 있어요. 느낌 있는 카페, 다듬고 늘린 인물 사진은 더 많은 ‘좋아요'를 받을 수 있죠. 그래서 좇아요 그 분위기를, 그 얼굴을.  우리는 그렇게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쓰이고 있는 세상을 살고 있어요.

 

아마 연희동이 사람이라면, 갸름한 얼굴도 사슴 같은 눈망울도 가지지 않은 여자일 거예요. 

하지만 괜찮대요. 그냥 그 모습이 좋고 지금이 행복하대요.

아마 미소가 밝고 온화할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은 그 미소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해요.  

연희동은 그런 동네에요. 요즘 유행하는 동네처럼 대단히 감각적이거나 유명한 명소는 드물지도 모르죠.하지만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골목, 이야기를 가진 가게들, 그 자연스러움을 마주하면 당신도 반할걸요.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좇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자연스러움에 만족할 수 있는 그 멋이 더 큰 매력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가야 해요. 나에게 “지금도 충분히 괜찮아."라고 말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INTRO


내가 생각하는 네일아트는 여성스러움의 산물이에요. 꼼꼼하게 다듬고 작은 공간에 색을 채우고 디자인을 얹죠. 그래서 저에겐 꽤 어려운 일이에요. 손톱의 색을 칠하는 것도, 큐티클을 관리한다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누군가 내 손발톱을 가꾸어준다면 분명 기분 좋은 일 일 거예요. 그래서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샵을 찾았어요.  


 


about 연희동 네일


홍대 입구에서 내려 굽이굽이 걸어 들어갔어요. 사실 연희동이 걷기에 가까운 거리는 아니죠. 하지만 즐거워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도, 옹기종기 모여있는 샵을 구경하는 것도. 맛있어 보이는 중국집들을 지나 모든 걸 다 팔 것 같은 사러가 쇼핑센터 사거리에서 코너를 들면 만날 수 있어요.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는 연희동 네일샵을.


외관부터 마음에 쏙 들어요. 부식된 것 같은 철제 외관의 느낌 하며,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화분들로 

어우러진 샵. ‘내가 알던 네일샵의 이미지가 아니야.’라는 생각을 과 함께 철제 문을 열었죠.  

 


Detail


문을 열고 들어서면 카페 혹은 작업실이 연상되는 공간이 나와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하얗고 반짝거리는 네일샵은 아니에요. 그래서 더 좋았어요. 어쩌면 그런 분위기가 부담스러워 선뜻 발을 들이기가 어려웠거든요. 이곳 소파에 앉아 있으니 기분이 좋아요. 창밖에 걸어 다니는 주민들의 여유로움을 보는 것도, 직접 내려주신 커피의 구수한 향기를 맡는 것도, 매장에 흘러나오고 있는 잔잔하고 사랑스러운 노래를 듣는 것도. 그러고 나면 웃는 게 매력적이신 사장님이 밝게 인사를 해주시죠. 덩달아 나도 웃게 돼요. 사장님과 인사를 하는 순간 느낄 수 있어요. ‘이곳에 잘 왔구나.’

 


주변을 둘러보면 재미있는 오브젝트들이 있어요. 현대인의 정서적 안정감을 찾기 위한 컬러링북과 색연필, 삐뚤빼뚤 귀여운 아이의 사진과 그림들, 곳곳에 놓인 아트토이와 귀여운 매니큐어. 이건 종종 찾아오는 어린이 손님들을 위한 폴리쉬라는군요. 선생님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이 공간은 선생님과 참 닮아있어요.



 

Procedure


전 오늘 페디큐어를 받을 거예요. 슬리퍼를 신어야 할 계절이 왔거든요. 

자리에 앉아 보이는 많은 색상들을 보면 고민에 빠져요. 선택지가 많을수록 선택이 더 어려워지는 법이잖아요. 선생님은 고객과 마주하면 이 고객과 어울릴 것 같은 색상이 그려지신대요. 역시가 역시나네요. 제가 평소 눈여겨보던 색상들만 쏙 쏙 뽑아오셨어요. 그리너리 계열의 카키. 하하, 애정합니다.



선생님이 큐티클을 잘라주시고, 발톱을 갈아주세요. 그리고 전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즐거워서 관찰해요. 사실 전 저의 못생긴 발을 좋아하지 않아요. 누군가에게 발을 보여주는 게 부끄럽기도 하죠. 그런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부끄러운 것조차 까먹었어요. 괜찮대요, 이 정도는 못생긴 발도 아니래요. 빈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분은 전문가잖아요. 전문가가 하는 얘기는 진짜처럼 느껴진다니까요.




OUTRO

카키색의 버켄스탁을 꼭 구입하라는 선생님의 한마디와 함께 페디큐어가 완성됐어요. 함께 방문한 에디터님도 손톱을 예쁘게 정리하셨네요. 이곳을 방문하며 알게 됐어요. 네일케어는 적어도 이곳에서는 단순하게 색을 칠하는 곳이 아니에요. 발을 볼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건 물론이지만 건네주신 커피 한 잔이, 선생님과 나눈 얘기들이 이 공간을 떠난 후에도 맴돌았거든요. 아마 내가 연희동 근처에 살고 있었다면 매번 기웃거리는 손님이 되어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못생긴 발이지만 괜찮아...




한 줄 평 

거기에 그렇게 그 모습으로 있어주어 고마워요.

연희동 네일 -instagram.com/yeonhuidong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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