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1.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연대하는 복제인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과연 그들을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블레이드 러너, 1982>는 과연 인간다움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함에 앞서 뛰어난 영상 효과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고자 한다. 이미 수많은 영화와 만화에 오마주 됐고 굳이 이 기회에 언급하지 않더라도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와 더불어 <블레이드 러너 1982>는 뛰어난 영상 효과로 수없이 언급되고 있다.(두 영화 모두 지금 개봉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영화를 끌고 가는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다.
인간을 위해 탄생한 복제인간 '리플리컨트'가 문제를 일으키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복제인간을 '처분'하는 특수경찰 '블레이드 러너'가 그들을 쫓는 이야기다.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와는 다르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인류의 미래와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 과연 삶은 무엇인가 따위의 무거운 주제에 대한 생각을 더하게 한다.
영화 배경은 시종일관 암울하고 어두운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계속해서 보이는 일본어와 중국어, 그리고 동양적인 그림들은 서양에서 바라보기엔 낯선 오리엔탈이 가지고 있는 기괴한(?) 느낌을 살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든다) 이 공간은 인류의 미래가 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처럼 유토피아적 공간보다는 디스토피아적 공간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영화를 끌고 가는 스토리인 '리플리컨트'와 '블레이드 러너', 즉 복제인간과 인간과의 대립에서는 유한한 삶과 인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고작 4년밖에 작동(?) 하지 못하는 리플리컨트는 좀 더 오랜 수명을 갖기를 원하지만 그 목표는 좌절된다. 하지만 인간 역시도 리플리컨트보다 수명이 길뿐 무한하지 않다.
리플리컨트의 마지막 대사는 인간 역시도 리플리컨트처럼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난 네가 상상도 못 할 것을 봤어.... 그 기억이 모두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영화 안에서 유한한 삶을 사는 동안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인간이다.(물론 리플리컨트가 순전 무결하다는 것은 아니다.)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블레이드 러너의 목숨을 구해주는 리플리컨트의 모습을 보면 과연 인간은 다른 존재에 대해 심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듯하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쫓아내려 하는 인간의 모습과 자신들을 쫓아내려 하는 인간을 구하는 리플리컨트의 모습을 보며 어떤 것이 진정 인간다운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영화는 묻는다. 과연 우리는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