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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왕 Feb 12. 2017

누가 죄인인가?, <프리즈너스>

드니 빌뇌브 1.

[그저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보는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입니다.]


드니 빌뇌브를 처음 접한 것은 영화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에서였습니다. 

숨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의 서스펜스, 화려한 액션이나 눈에 띄는 장치 없이 오로지 극의 흐름만으로 영화는 충분히 휘몰아칩니다.

'시카리오'를 시작으로 그의 필모를 따라가 봤습니다. 

'그을린 사랑'에서부터 최근에 개봉한 '어라이벌(컨택트)'까지, 드니 빌뇌브의 매력에 빠지기 충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는 그의 할리우드 데뷔작인 '프리즈너스'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영화 '프리즈너스'는 감히 조여 오는 서스펜스의 끝판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53분 동안 휘몰아치는 긴장감과 불안함은 한순간도 지루함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휴 잭맨과 제이크 질렌할의 열연은 영화의 몰입감을 높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영화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두 가족이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도버(휴 잭맨)와 버치(테렌스 하워드)는 즐겁게 시간을 보내던 중 딸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딸들을 찾아 나서지만 단서가 잡히지 않죠. 사건을 맡은 형사 로키(제이크 질렌할)는 유력한 용의자로 아이들이 근처에서 놀던 캠핑카의 주인인 알렉스(폴 다노)를 지목합니다. 하지만 알렉스의 지능은 10세 수준에 불과했고 확실한 증거 역시 부족했죠. 알렉스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사를 계속하던 형사 로키는 다른 범인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용의자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실종된 딸의 아버지인 도버는 달랐습니다. 알렉스는 아이들이 실종될 당시 주변에 있었으며, 그는 오직 도버에게만 수상한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도버는 알렉스를 범인이라고 확신합니다. 사실 딸을 잃어버린 그에게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했을까요? 도버는 알렉스를 감금하고 고문합니다. 그리고 범인을 자백하라고 윽박지르죠. 

영화는 정말 알렉스가 범인이 아닐까란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만들어 나갑니다. 

하지만 형사 로키에 의해서 밝혀지는 새로운 증거들과 상황들은(어쩌면 '맥거핀'의 향연이라고 해야 할까요?) 과연 누가 딸들을 납치한 범인인지 관객들은 깊은 미로 속에 빠지게 되죠. 단순하게 보면 영화는 딸들을 납치한 범인이 누구인지를  파헤치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미로 속으로 빠져들수록 영화는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선과 악의 구분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


상황이 더욱 진행될수록 영화 안에서 선과 악의 구분은 모호해집니다. 

어쩌면 범인이 아닐 수 있는 알렉스를 도버는 범인으로 확신합니다. 그를 납치하고 고문하죠. 고문이 진행될 때마다 그는 주기도문을 외며 신께 자신의 용서를 구합니다.  우리는 과연 그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딸을 잃어버린 절박한 아버지의 심정에서 나오는 상황들을 마냥 악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요? 만약에 우리가 그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도버뿐이 아닙니다. 도버의 비이성적인 고문을 보고도 묵인하는 버치 부부도, 아동 성추행 전과를 가지고 있는 신부도(지하실에서 의문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죠), 영화에 나오는 그 누구도 확실한 절대선과 절대악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이성적으로 보이는 로키 형사마저도 과거에 소년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모든 영화가 그랬듯 '프리즈너스' 역시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을 받아 든 우리에게 영화는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과연 선과 악은 명확하게 구분되어질 수 있는 것인지, 세상에 절대적인 선과 악은 존재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죄'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사실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이미 제목에서 나와있는지도 모릅니다. '프리즈너스(Prisoners)', '죄수들'이란 뜻에서 알 수 있듯이 과연 우리는 명확하게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인가, 우리는 '죄' 앞에서 무고하다고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죠.  


드니 빌뇌브의 영화는 항상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깁니다.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보다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줍니다. 영화의 장르적 구분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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