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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웃라이어 교사 Feb 23. 2024

프롤로그

교직 생활에 쉼표를 찍음

 재밌게 본 드라마를 하나 꼽으라면 '비밀의 숲'이다. 연기력, 스토리, 결말 등 '비밀의 숲' 드라마를 명작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는 많겠지만 내가 가장 꼽고 싶은 부분은 극이 진행되면서 주인공인 황시목 검사가 미궁에 쌓인 비밀을 하나 둘 풀어헤치며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비록 한 개인으로는 마주하기도 또 나아가기도 어려운 험한 길이 눈앞에 놓여있지만 이 길을 하나 둘 자신만의 스타일로 어둠을 걷어내며 나아가는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


 서두에 '비밀의 숲' 이야기를 한 이유는 내가 글을 기록하는 이유도 기록을 통해 비밀의 숲을 풀어헤치고 싶기 때문이다. 다 쓰고 나니 너무 억지 연결인 것 같기도 하다. 내 상상력과 문장력이 부족해 그런 것이니 이해를 바란다.


 나는 육아휴직으로 올해 1년 동안 교직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는 기회를 가졌다. 2018년 3월부터 근무를 시작했으니 대략 만 6년을 근무하고 맞는 휴직이다. 되돌아보면 본의 아니게 그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일도 많고(나는 1년 차에 운이 좋게 출장으로 독도에 가기도 했다.) 그에 따른 느낀 점도 많았지만 기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 어딘가에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의 저 너머로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점차 사라진 기억들은 이제 나에게 단순한 한 문장으로만 예를 들어 '나는 1년 차에 독도에 갔었다.'와 같이 남게 되었다. 사건들은 많았지만 감춰진 기억들이 비밀의 숲을 이룬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비밀의 숲은 각 시절마다 겪었던 경험과 감정이다. 


 교직에 처음 들어섰을 때 선배들은 나에게 교직은 적자생존이라고 하였다. 적자생존이란 우리가 흔히 상식처럼 알고 있는 '환경에 적응하는 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종은 사라진다.'가 아니라 '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니, 이 글을 쓰며 곱씹어보니 단순한 말장난 같은 이 말에 원래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개의 의미를 수평으로 결합하면 '적는 교사만이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교사는 사라진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여기서 적어야 한다는 것은 교직 생활 중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서 기록을 해놔야 한다는 의미였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보다 더 나아가서 그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들까지 기록을 남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6년 동안 경험했고, 느꼈던 점을 하나 둘 기록으로 남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멀리 있었던 일들은 이미 단문장화(化) 되어 버렸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험과 느낌에 대한 기록은 6년 차에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도 교직 인생을 장기적으로 놓고 보면 6년 차를 마친 후의 기록도 빠른 시작일 것이고, 이 기록이 미래에 이 글을 읽는 나에게 과거의 기억을 넘나들 수 있는 기억들 간의 가교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면책조항: 다만 하나 밝힐 점은 여기서 기록하는 것은 모두 나의 경험과 느낌이며 한 일개 교사의 특수한 경험들이기 때문에 이를 다른 교사들의 교직 생활과 연관 지을 수 없다는 점과 경력이 6년밖에 되지 않은 일개 저경력 교사의 이야기로서 글 속 의견이나 주장에 관한 전문성과 논리적 타당성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혹여나 내 이야기를 과대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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