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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케이 Nov 16. 2021

스프레차투라!

완벽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이탈리아 단어 중에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라는 단어가 있다. 이탈리아어 사전에는 경멸, 경시 등으로 나오고, 국내에선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무척 쉬운 것처럼 해내는 것'이라고 나온다. 추가로 뉘앙스로만 보자면 이탈리아의 포기하지 않는 장인정신이라는 의미로도 사용한다고 한다. 패션에서는 의도된 무심함 같은 뉘앙스로도 사용한다는데, 패션 외에도 한 번쯤 생각해볼 법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탈리아에서 패션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장인정신으로 제작한 비스포크 슈트를 딱히 정석대로 입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슈트는  입겠지만, 매칭해야  다른 아이템들은 일부러 어색하고 언밸런스한 아이템을 끼어넣거나 어디 하나를 풀어헤치거나 하여, 자기만의 색깔과 밸런스를 만든다. 정리하면, 완벽함을 보여  생각이 없다. 완벽해 보이기 위해, 무척 애쓴 것처럼 보이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패션에서 보수적인 태도와 정석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건 슈트 밖에 없다. 어느 정도 입는 방식은 정해져 있고 크게 바뀔만한 요소도 없다. 이탈리아는 비스포크 슈트 하면 떠오르는 피렌체가 있다. 비스포크 슈트의 상징은 완벽함인데, 완벽함을 원하지 않는다. 아니, 슈트는 완벽해야겠지만 입는 사람은 그걸 꼭 보이는 대로 완벽하게 입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슈트는 완벽해야겠지만, 입는 이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대표적인 스프레차투라인데 슈트를 입을 때 의도치 않게 셔츠의 칼라가 재킷 밖으로 삐져나올 때가 있다. 완벽하게 잘 차려입고도 뭔가 아쉬움과 어색함이 생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셔츠 칼라 끝에 버튼을 달아 칼라가 움직이지 않게 하였는데(오리지널 버튼다운 셔츠의 역사와는 다른 방향이다) 당연하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풀고 다닌다. 완벽한 슈트를 입고 멋지게 말이다.      


 좋은 옷을 차려입고 일부러 어색함을 추가하는 건 타인의 시각으로 보는 외적인 완벽함보다는, 나의 내적인 만족감이 우선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완벽한 비스포크 슈트는 원하지만, 외적인 기준이 아닌 내 적인 기준을 위해, 오로지 나의 만족감을 위해 밸런스를 만든다는 게 당연한 거지만 재밌다. 기본을 지키면서 무엇이든 자기만의 방식을 추가한다는 건 정말 이상적이다. 아마 이런 게 장인정신이랑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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