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후 책상에 놓인 책 한 권이 보였다. 대충 아무 곳이나 펼쳐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비 온 뒤 땅이 단단하게 굳듯"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시련을 겪은 뒤 강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익히 많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이 한 문장이 눈앞을 맴돈다. 비를 떠올리니, 빗 물 고인 웅덩이가 생각났다. 웅덩이는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만든다. 신발이라도 젖을세라 사람들은 피해 다닌다. 웅덩이는 현재 내 모습과 닮았다. 내 마음속엔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크고 작은 웅덩이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구름이 걷히고 빨리 해가 떠올라야 고인물들이 말라 웅덩이가 잠시 사라질 텐데 여전히 하늘은 먹구름 가득한 것만 같다.
마음속 웅덩이는 상처다.
시간이 웅덩이를 메울 수 있는 흙이라면, 사람은 흙을 조금 더 편히 나를 수 있는 삽과도 같다. 혼자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애써 한 줌씩 애써 웅덩이를 메꿔선 안 된다. 또 다른 웅덩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 상처는 시간과 사람으로 메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