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드웩의 '마인드셋'을 읽고
요새 핫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게으른 완벽주의자'입니다. 왜 완벽주의자들은 게을러지는 걸까요? 저는 이 이유와 해답을 '휴직'과 '마인드셋'이라는 책에서 찾았습니다.
책에 대한 리뷰를 하기 전 저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짧은 지금까지의 인생을 멋있게 살아왔습니다.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동아리 회장도 하고, 바로 취업을 해서 이른 나이에 승진도 하였습니다. 모두가 대단하다고 했고, 일부는 부럽다고 했습니다. 근데 제 속은 문드러져갔습니다. 퇴근하고 우는 날이 늘어갔고, 멍하게 지나가는 차를 보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출근하다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고, 몸에 힘이 빠지거나 구토를 하는 날도 늘어갔습니다. 더 달려갈 힘이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휴직을 하고 쉰 지 한 달째, 이제는 조금 답을 찾은 느낌입니다. 오늘은 이 깨달음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마인드셋'이라는 책에 따르면 사람들의 마인드셋에는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이 있다고 합니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인간의 고유 능력은 이미 결정되어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노력을 통해 능력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만 들으면 모두가 본인은 성장 마인드셋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을 몇 가지 나열해 보겠습니다.
1. 특정 역할을 맡으면 바로 그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2. 부정 피드백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며, 가끔은 이를 피하기 위해 핑계를 대거나 남 탓을 하곤 한다.
3. 시도했으나 실패할 경우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세 가지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 가던 특징입니다. 저는 인생에서 부정 피드백을 받은 경험이 현저히 적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휴직하기 전에는, 이것이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잘 해낸다는 뜻이니까요. 근데 이것은 저 같은 완벽주의자에게는 독이었습니다. 부정 피드백 경험이 적기에 이에 대한 회복력을 기르지 못한 것입니다. 주간단위의 보고회의에서 작은 피드백이라도 받으면 그 주는 주말 내도록 힘들었습니다. 그러자 매일 출근 전부터 불안해졌고, 보고회의 전에는 긴장감에 밥도 먹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주간보고 회의에서는 부정 피드백을 받지 않기 위해서 여러 핑계를 대기 바빴고, 1년 만에 저는 관리자에 소질이 없다며 팀장직에서 내려오고 싶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저는 1. 팀장이면 팀장다운 능력을 바로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2. 부정 피드백을 받을까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했으며 3. 결국에는 잘하지 못한 일을 바로 포기했습니다.
휴직을 한 직후에도 불안은 우울이 되어 제 곁에 머물렀습니다. 남들은 다 잘하는데 왜 나만 잘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에 빠졌고, 도망친 스스로가 한심했습니다. 2주 정도 쉬니 '그래 내가 다 잘할 수는 없으니까'로 발전되더군요. 그리고 2주 후 이 책을 만난 겁니다. 이 책에서는 중요한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자질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실제로 성공하게 되면 단순한 자존심 이상의 기분, 우월감에 휩싸인다. 여기서 단순한 질문을 하나 해보자. 당신이 무엇인가 잘했을 때 대단한 사람이라면, 성공하지 못했을 때 당신은 대체 어떤 존재인 것인가?" 저는 이 단순한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해 휴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감정은 정말 슬펐거든요. 근데 지금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선천적으로 유능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제가 노력하고, 고민하고, 실행하고, 실패하며 이루어진 중간 결과물입니다. 즉 선천적인 능력도 있겠지만 지금의 저는 과거의 성장의 결과이며, 지금의 저는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제가 못한다고 해서 미래의 제가 못한다는 장담은 하지 못하며, 지금의 저는 못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다만 노력을 그만두지 않으면 됩니다. 저는 이 단순한 사실을 통해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금 못해도 됩니다. 그저 노력만 지속하면 됩니다. 지금의 저는 완성이 아니니까요. 이렇게 생각하자 부정 피드백은 무서운 성적표가 아니라, 가이던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더 잘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로 피드백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못하는 게 두렵고, 못한다는 피드백을 받는 것도 두렵습니다. 다만 그 순간이 다시 온다면 '지금 당장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성장 진행 중이니까.'라는 생각을 늘 떠올릴 것입니다.
재키 조이너 커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게 운동하는 즐거움은 승리에만 있지 않았어요.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 얻는 행복이 컸지요. 나는 뭔가 개선되는 걸 확인하거나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얻었다는 느낌이 들면 져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경기에서 진다고 해도 단지 육상 트랙으로 되돌아가서 더 노력하면 되니까요."
저는 이 사람처럼 살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잘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노력과 실천을 지속하면 됩니다. 이것이 못할까 일을 미루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에게 작은 해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