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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yun Jeong Nov 21. 2022

일하는 엄마와 전업 엄마

나에게 정답은 무엇일까

일하던 엄마


나는 아이가 만 4세가 될 때까지, 10년 일했다. 육아휴직을 홀드하고 아이가 8개월이 되던 때부터 복직하여 주 15시간을 시작으로 주 40시간까지 순차적으로 올려갔다. 순차적으로 올려갔기에 일과 함께 육아를 병행하는 방법도 차근차근 올려갔다. 다행히 근무시간이 유동적인 회사였기 때문에 아이 등원과 함께 일을 시작하여 아이 하원 이후엔 잠시 일을 멈추고, 아이가 자고 나면 남은 일을 처리하고 잠이 들었다.


언제나 딜레마가 있었다.

근무 시간이 유동적이었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집중 근무 시간을 무시하고 혼자 유동적으로 일할 수는 없었기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아이의 주양육자이자, 일하는 엄마에겐 자꾸 변수가 생겼다. 아이가 아프거나, 아이 어린이집에 코로나가 터지거나, 오늘따라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오랜 시간을 쏟아야 한다거나. 일을 나의 타임라인에 맞추게 되면 다른 동료들이 함께 늦어지게 될까 염려했고, 가끔 내 염려가 현실이 되어 팀원들이 나이브하게 일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기도 했다. 적은 시간을 일해도 그 시간동안 집중을 쏟아야 했기에 돌아와서는 진이 빠져 아이를 돌보기 어려웠다. 많은 시간을 일하면 물리적으로 아이를 보는 시간이 부족했다.


주중의 남편은 육아에 시간을 쏟기 어려웠다. 경력이 올라갈 수록 남편에겐 더 많은 일이 쌓여 갔고, 밤 11시까지 야근하는 날들이 많았다. 일을 줄이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 좋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가정에서 한 명은 일을 죽어라 해야 하고, 한 명은 승진의 기회가 점차 줄어드는 일을 하며 육아를 해야 했다. 서로가 서로를 때로는 측은하게, 때로는 원망하며 보내는 일상이 반복됐다.

게다가 우리 아이는 주양육자인 엄마가 자신에게 얼마나 시간을 쏟는 가에 비례하게 성장했다.



많은 워킹맘 언니들이 나에게 말했다.


애 5세부터 7세까지만 집중해서 일할 수 있어. 초등학교 입학하면 끝이야.

정말 많은 언니들이 그리 말해왔기에 정말 그 시기만 집중 근무를 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유동적인 근무를 할 수 있었던 회사에서 새로운 커리어 기회가 주어진 회사로 이직했다. 해보지 않았던 업무였기에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으나 몰입의 시간은 한정적이었고 아이의 생각으로 반 이상 찬 뇌를 단 한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이모님과 교대를 위해 뛰어가는 7시는 서글펐고, 아이의 발달 문제는 시시각각 경종을 울려댔다.


나에게 이 길은 아니란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계획에 없던 전업 엄마


계획에 없던 전업 엄마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첫 전업 엄마의 시간은 좋았다. 내가 시간을 쏟는 만큼 아이가 성장했다. 일할 땐 못했던 아이 체험 수업도, 책 읽어주기도, 공부 알려주기를 쌓아 나갈수록 뿌듯하고 행복했다. 아이 발달이 올라올 수록 욕심이 났다.


12월까지 한글을 가르쳐야지.

시지각 훈련도 해야지.

소근육 훈련을 위한 색칠 공부도 매일 해야지.


하루이틀은 색다른 공부라 재밌었던 아이가 매일 루틴이 되자 지루해 했다. 나는 생각했다. '아니, 내가 일도 안하고 애기랑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정도 발달은 쫓아와야지! 이 정도 공부는 따라와야지! 12월까지 무조건 한글은 떼야지!' 아차차.


아차차 생각이 드는 순간, 현타가 왔다. 타임라인과 목표가 있는 일이 없어지자 내가 아닌 타인인 아이에게 목표를 만들어 두고 채근하고 있는 엄마라니. 아이에게 미안했다. 아이가 이런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들의 화살표를 다시 '나'에게로 옮겨왔다.




나에게 정답은 무엇일까


일도 하고 싶고 아이도 잘 키우고 싶은 나에게 정답이란 무엇일까.  

경력보유여성 재취업 프로젝트를 하던 시절, 수많은 능력 있던 '언니'들이 꿈을 쪼그리던 모습을 보았을 때 처럼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M커브를 그리며 언니들이 없어졌던 이유를 알겠다. 일을 다시 시작하자니 아이를 놓을 수 없고, 아이를 놓을 수 없는 곳에 놓인 직업의 선택지는 자존심 상 너무나 내키지 않는 일이거나, 40대 여성이 잡기엔 부담스러운 2-30대 초반 팀원으로 구성된 스타트업밖에 없다.


왜 언니들이 꿈을 작게 쪼그렸던건가를 진정으로 이해한 4개월이다. 한번 일을 멈춘 엄마는 이렇게 직업 세계에서 아스라이 사라져야 하는가. 수많은 여성들의 문제이자 내 자신의 문제이기에 분명 다른 옵션이 있지 않을까, 고민한다. 고민의 낮(아이 등원 이후에나 생각을 할 수 있으니 ㅎㅎ)이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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