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옆자리에 앉았던 두 분, 왜 만나신 거예요?
아이러니한 만남, 이럴 거면 왜 만나셨나요.
나는 지금 부동산 상권을 보러 성수에 왔다가 하츠베이커리라는 곳에 맛난 샌드베이글을 판다고 해서 왔다. 테이크아웃하려다가 녹기 전에 먹으라는 직원분의 말에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친구로 보이는 두 여자분의 옆자리에 앉았는데 자리가 매우 가까워서 나도 같이 온 것 마냥 둘의 대화가 실시간 라이브처럼 귀에 쏙쏙 때려 박혔다.
샌드베이글을 먹으며 책을 읽으려고 했으나, 자꾸 둘의 대화 아니 대화라기보다는 상황에 나까지 몰입되면서 ‘이 둘은 왜 만났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궁금해졌다.
일단 친구 A는 노트북을 켜고 본인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았던 친구 B는 핸드폰으로 친구 A의 사주를 봐주면서 계속 말을 걸고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어 했다.
즉, 친구 A는 노트북으로 자기 할 것 하다가 친구 B가 말을 걸면 적절한 리액션으로 대응해 주면서 친구 B가 다시 핸드폰으로 본인에 대한 사주를 찾아줄 수 있게 대화 흐름을 이어간다.
그러면 친구 B는 신나서 다시 온라인 사주를 봐주고 결과를 읽어주면서 깔깔 댄다. 그럼 다시 친구 A가 잠시 노트북을 멈추고(하지만 마우스는 붙잡고 있는) 리액션을 해준다.
이 상황이 한 시간째 반복되고 있는 상황..
속으로 궁금해졌다.
둘은.. 왜 만났을까?
친구 A는 친구 B의 대화를 대응해줘야 해서 포트폴리오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보였다.
옆에서 들을 때도 정말 최소한의 리액션, 딱 봐도 정신은 포트폴리오로 가있는 듯한 대화 흐름이었다.
친구 B는 계속 수다를 떨고 싶어 하는 분위기였다. 그야말로 파워 E 일 것 같은 느낌이랄까. 계속 새로운 주제를 던졌다. 앞 친구가 흥미를 가질 수 있을만한 주제들로 계속 옮겼다.
그럼에도 친구 A는 포트폴리오 작업에 더 집중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눈이라도 마주치더니 이제는 눈이 노트북에 고정되어 있고 손은 더 빨라졌다.(듣고는 있는 걸까?)
서로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친구 A : ’ 포트폴리오에 집중해서 이걸 빨리 끝내고 싶다. 제발 잠깐만 말 거는 것 좀 멈춰주라.‘
친구 B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기는 한 걸까? 일단 만났으니 대화 이어가자. 근데 내 얘기에 조금만 더 집중해 줬으면 좋겠는데. 좀 속상하네‘
사실 정확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둘의 머릿속에 최소 한 번쯤은 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모든 만남에는 목적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놀기 위해 친구를 만난 거라면 서로에게 집중하는 것이 서로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게 효율적이다.
만약 본인 할 일에 집중하기로 목적을 정하고 만났다면 각자 할 일에 집중하다가 잠깐 쉴 때 퀵 수다타임을 즐기면 된다.
근데 한 명은 노트북에 집중하고 있고 한 명은 수다를 떨고 싶어 하고..(옆에서 간접적으로 듣고 있던 내가 리액션해주고 싶을 정도로 친구 B의 수다력은 엄청났다.)
서로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 다행이겠지만, 누군가 한 명이 서운함 혹은 답답함을 느낀다면 이 만남은 다음에 자연스럽게 뜸해질 것이다.
만남에도 서로 배려가 필요하다.
나의 하루, 우리의 하루, 서로의 하루는 너무나 귀하고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시간을 내어 만남을 갖고 근황을 묻고 삶을 나누는 것에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만약 내가 친구 A였다면, 잠시 노트북을 덮고 시간을 정하고 친구와의 대화에 집중한 후, 친구랑 헤어지고 집에 가서 혹은 다른 카페로 가서 포트폴리오 작업에 집중했을 것 같다.
만약 내가 친구 B였다면, 너 바빠 보이니까 너 할 거에 집중해 나도 나 할 거에 집중할게. 대신 몇 시까지만 딱 집중하고, 그 이후는 근황 토크 좀 하자!라고 상대의 상황을 배려해 줬을 것 같다.
내가 말하는 것이 모두 정답은 아니지만, 이 관찰을 통해서 ‘나’의 행동은 어떤지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둘은 무슨 목적으로 만났던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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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관찰일지]는 일상 속 어딘가에서 저도 모르게 관찰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모든 피관찰자들은 익명이며,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저의 관점, 가치관에 빗대어 관찰한 작은 소견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