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했으면 제발 택시 타고 집 가주세요...
오전 10시, 병원 예약이 있어 지하철을 탔다.
평일 낮은 비교적 한산한 9호선 일반열차를 타고, 좋아하는 사이드 자리에서 혼자 조용히 전자책을 보며 목적지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때, 어떤 술 취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같은 칸에 탔고 그 수많은 자리 중, 바로 내 옆자리에 털석- 앉았다.
여기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머리를 헤드뱅잉 하며 자꾸 내 어깨 쪽으로 기댈랑 말랑했다.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아저씨도 같이 좌우로 흔들렸고 거하게 취한 술냄새가 풍겨왔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뚫고 들어오는 밤새 술 마신게 분명한 그 냄새...
굉장히 불쾌했다.
자리를 옮기려고 했으나 공교롭게도 아저씨가 탄 그 정거장에서 앉은자리가 꽉 찼다.
3 정거장 남았으니까 조금만 참자.
그러나 1 정거장도 못 참고 일어나 버렸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서서 가려고 자리를 잡았다.
멀리서 그 사람을 힐끗 쳐다봤다. 순간 약간의 안쓰러운(?) 감정이 올라왔다.
지금 술 취해서 지하철을 탔다는 건, 분명 새벽 내내 술을 마셨다는 거고..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면 회사 거래처..? 아니면 상사와의 술자리..?
또 N력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앉았을 땐 세상 불쾌하던 사람이,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니 세상 안쓰러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시선이 달라진다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빨리 옆자리를 뜨고 싶었는데, '직장에서 얻어터지고 거래처에서 치이고 겨우 정신줄 붙잡아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시선을 바꾸니까 사람이 세상 안쓰러워 보였다. 그러면서 측은지심까지 생겼다.
혼자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지에 다다랐다.
오늘도 누군가를 관찰하며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상대방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나에게 해가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
***
[사람관찰일지]는 일상 속 어딘가에서 저도 모르게 관찰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모든 피관찰자 들은 익명이며,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저의 관점, 가치관에 빗대어 관찰한 작은 소견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