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엄마 일기 13편] 아기와 해외 여행 도전기
우리 아이와 첫 해외여행을 간 건 아이가 6개월이 되었을 때였다. 물론 그때의 해외여행은 우리 부부의 욕심이 컸다. 아이를 친정 엄마한테 맡기고 여행을 간 적도 있었으나, 그것 또한 마음의 짐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여행이 우리 부부의 낙인데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유식 시작하기 전에 해치우자(?)라는 심정으로 6개월짜리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그 당시 우리는 제주도에서 살고 있어서 짧은 비행은 많이 겪은 터라 어느 정도 비행 노하우는 가지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비행기를 타고 이륙을 하면 자는 버릇이 있었던 터라, 이륙 전에 기다리는 시간만 잘 넘기면 될 것 같았다. 우유를 타서 한 손에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여차하면 보여줄 핸드폰 동영상을 장착했다. 비행기가 천천히 달리면서 스르르 하늘로 올라갈 때 우유병을 물리면, 먹다 잠이 들었다. 이 비법(?)으로 비행 2시간이 걸리는 중국 상하이행 비행기를 끊었다.
장군감으로 거듭 태어난 생에 첫 여권 사진을 찍고 여권을 만들었다. 이유식을 반쯤 시작 한터라 시판 이유식을 챙기고, 우유에 기저귀에 아기 짐만 큰 캐리어 가득이었다. 중국에서 혹여나 물갈이를 할까 봐 2리터짜리 삼다수 3병도 챙겼다. 급하게 휴대용 유모차도 사고 정신없이 짐을 싣고 출발했다.
어라 웬걸? 아이는 비행 내내 얌전하게 자다 깨다를 반복했고, 중국은 은근히 아이에게 관대했다. "아이들은 빨리 가라예~ 쏼라쏼라"하는 듯 입국 심사 줄이나 공항 검색대도 빠르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물론 한 미모 하긴 하지만 (후훗!) 보는 사람들마다 아이에게 몰려들면서 이쁘다 어쩌다 이야기를 했다. (물론 못 알아듣지만!) 사람들은 아이에게 미소 지은 얼굴로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우리는 큰 욕심 없이 상하이 제일 중심에 있는 호텔에 짐을 푼 후 조금 걷고 호텔에서 쉬고를 반복했다. 대부분의 여정을 택시로 이동하고,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바로 호텔로 돌아오는 '아이 중심'의 여행을 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편했다.
2시간 밥 먹고 나갔다가 호텔로 돌아와 아이와 같이 낮잠 자고 또 한 시간 정도 걸으며 산책하는 식이었다. 신랑은 조금 아쉬운 마음에 혼자 일찍 일어나 새벽시장을 구경가기도 했다.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겠지만, 아이가 있으니 촌스러운 것도 하고 싶어 졌다. 상하이의 랜드 마크 앞에서 '눈탱이' 맞으면서 즉석사진도 찍고 작은 기념품들도 사며 재미난 경험을 만들었다.
물론 우리 아이는 털끝만큼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태교도 중요한데, 엄마 아빠와 함께한 즐거운 기억이 마음에 남아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행복하면 된다는 부모의 합리화 과정을 거치며 물놀이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잘 쉬다 왔다. 그 일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잘도 다녔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양쪽 부모님들과 다 같이 태국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우리는 태국을 여러 번 가보았지만, 패키지여행도 한 번 안 다녀온 우리 부부로써는 첫 대규모 여행이었다. 게다가 부모님들과의 해외여행은 처음이 아닌가.
사실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여행에, 부모님 환갑을 기념하여 떠난 여행이라 일정 자체를 부모님들 위주로 짰다. 나랑 아이는 호텔에 남아서 수영하고, 쉬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행 목적 자체가 효도 관광이었기 때문에 나의 행복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긴장감 때문에 며칠을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하지만 여행 내내 부모님들은 너무 즐거워하셨고, 아이도 한국에서보다 훨씬 신나게 놀았다.
하루 종일 물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도 않았고, 낮잠 시간이면 비치의자에 누워서 잠을 잤다. 나는 아이랑 호텔 안에서 피자나 아이스크림을 시켜먹으면서 데이트를 했다. 엄마들은 배를 타고 투어 일정을 보냈는데, 갔다 와서는 찍어 온 사진을 보시며 아이처럼 즐거워하셨다.
처음 스노클링도 해보고 동굴 탐험도 하고, 알찬 투어 일정에 만족하시는 듯했다. 저녁이면 다 같이 풀빌라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맥주도 한 잔 하면서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해가 질 즈음에는 자는 아이를 부모님들께 잠시 맡겨두고, 부부가 오붓하게 외식을 하러 나가기도 했다.
여행은 다 그렇지만, 이 여행은 돌아와서 떠올려지는 기억이 너무 아름답다. 나와 아이와 신랑과의 작은 삶만 생각했지, 이렇게 다 같이 어울리는 삶도 너무 의미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떠들썩하고 유쾌한 여행,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더 큰 무언가가 있었던 여행이다.
엄마 아빠가 더 늙기 전에,
아이가 다 자라기 전에,
다시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