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먹자 치앙마이:모로 5편] 3인 가족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즉흥적인 느낌주의자 모로, 철저한 계획주의자 로건, 싫고 좋음이 명확한 7살 제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놀고 먹고 잡니다. 셋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한 달을 기록합니다.
태국은 인터넷이 발달된 나라다. 빠르고 간편하게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고, 특히 그랩이라는 택시 어플은 여행하는데 최고의 편리함을 자랑한다.
타다 같은 느낌의 공유 택시인데, 태국 전화번호가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 쿠폰도 많고, 빠르고, 친절하며 자동으로 카드 결제까지 되니, 흥정을 하고, 동전을 바꾸는 번거로움도 없다.
게다가 웬만한 것은 다 배달이 돼서 우리도 한 번 피자를 시켜먹었다. 도우 선택을 안 해서 태국어로 전화가 오고, 잘못 시킨 스몰 피자는 우리 셋이 먹기에 턱없이 부족했지만 엄청 맛있었다.
이 모든 걸 누리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태국 유심은 정말 저렴해서 우리나라 돈으로 한 달에 6000원 정도밖에 안 한다.
얼리 어답터이자 핸드폰 없이 못 사는 우리 로건 씨는 공항에서부터 미리 사놓은 유심칩을 받아오는 치밀함을 보였는데, 나에게도 유심을 사준다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놉. 난 와이파이로 충분해."
숙소에 와이파이가 되고, 카페 등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가 넘쳐나기 때문에 굳이 유심을 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급하게 그랩을 부르거나 지도를 찾거나 할 때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여행할 때 아날로그 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메리트를 버릴 수 없었다.
어차피 유심이 없으니, 핸드폰을 던져 놓아도 걱정 없고, 쓸데없는 포털사이트 검색도 줄었다. 워낙에 길치긴 하지만 치앙마이 길은 반듯반듯해서 직진을 하는 경우가 많아 혼자 다닐 땐 걸어 다니는 곳 위주로 다녔다.
로건은 늘 '도어 투 도어'로 착착 그랩을 잡아서 이동한다. 나는 늘 아무 계획 없이 발 닿는 대로 걷다가 아무거나 먹고, 아무거나 사고, 아무 커피나 마신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삶이 너무 좋다. 연락 올 사람도 없는데 켜져 있는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내가 없어서 좋다. 이 참에 폴더폰으로 바꿔버릴까. 꼭 극단적으로 끝나는 생각들. 아예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편한데, 로건은 조금 답답하려나?
모로의 픽
리사이클 공책 : 450밧
리사이클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일종의 공책 껍데기인데, 공책과 펜 그리고 포스트잇이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손으로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