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야 할 건 제품이 아닌 '나'다.
"우리는 이미 만들어진 개그라는 틀에 맞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 스스로 코미디라는 틀을 만들었다."
오늘은 취업과 커리어를 대하는 마인드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해. 어쩌면 사회 초년생에게 있어 이보다 더 중요한 본질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만약 네 가게에 지금 손님이 왔다고 가정해 보자. 넌 어떻게 할 거야? 물건을 팔기 위해 열심히 손님을 상대하겠지. 이 물건의 장점이 무엇인지, 가격 대비 성능은 어떤지, 수많은 제품 중 왜 이 제품을 사야 하는지 등등... 네 걸 팔기 위해 고객에게 여러 방면으로 의견을 타진할 거야.
그럼 관점을 바꿔서, 네가 팔려는 게 진열장 속 물건이 아니라 너 자신이라면 어떻게 할래? 그거 생각해 본 적 있어? 아마 없을 거야. 우리 주변의 어른들은 이런 걸 알려주지 않거든. 세상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절대적인 법칙에 의해 움직여. 그리고 이 법칙은 취업 시장과 커리어 시장에서도 명확하게 작동해. 그리고 주변에 취업을 '세일즈' 관점에서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그래서 이걸 미리 알면 큰 무기가 될 수 있어.
우선 세일즈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해 보자. 세일즈란 본질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이야.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설득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지.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우선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부터 알아야겠지? 그걸 알아야 협상을 하든 할거 아냐. 그다음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내가 팔려는 상품의 교집합을 찾아서 '이 상품이 당신의 그토록 찾던 상품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 이게 세일즈야.
어쩌면 취업도 마찬가지 아닐까? 취업을 하겠다는 건 '너라는 상품을 회사에 팔겠다는 것'과 완벽히 같은 말이야. 면접이라는 게 뭐겠어? 고객을 만나 너를 파는 자리야. 회사는 가격(연봉)이 맞는 상품 중 가장 좋은 퀄리티의 상품을 찾고 있는데... 거기서 넌 네가 당신 회사에 얼마나 걸맞은 상품인지, 다른 제품 대비 얼마나 뛰어난지 의견을 어필하는 거지. (붙고 나서도 마찬가지야. 성과를 내서 나를 고용한 고용주를 만족시키고, 그 대가로 승진하거나 연봉을 높이는 것도 결국 세일즈의 영역이야.)
그리고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사실 하나. 지금 네가 열심히 준비 중인 자격증, 어학점수, 인턴 경험... 그거 다 세일즈를 위한 수단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걸 명심해. 단 하나의 분명한 목적은 너라는 상품을 파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수단과 목적을 헷갈리면 안 돼. 네가 지금 하는 준비가 맹목적인 준비인지, 나라는 제품을 팔기 위한 준비인지 돌이켜 봐. 컴활 1급, 토익 900점 맞췄는데 왜 취업이 안 될까라는 고민은 공허해. 뻔한 기능만 있는 상품을 파는데 잘 팔리겠어? 팔리더라도 헐값에 팔리겠지... 왜? 분별력이 없으니까. 그래서 넌 시장과 타겟을 명확히 하고 너만의 엣지를 갖춰야 해. 이게 진짜 취업 준비야.
내 사례를 하나 말해줄게. 난 Data Engineer, Data Scientist 직군 시장에 나를 판매하려고 했어. 나는 상경계열을 전공한 문과생이었고 컴퓨터 공학과는 거리가 멀었지. 그래서 이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데이터 관련 국비지원 강좌를 수강했어. 반 년간 밑바닥부터 구르다 보니 기본기는 생기더라. 근데 당연하게도 그것만 가지고 4년 내내 컴퓨터 공학을 공부한 전공자를 이길 순 없겠더라고. 나라는 회사의 상품은 경쟁사에 비해, 회사의 업력도 제품의 성능도 모두 비교열위였던 거야. 그래서 난 고심 끝에 진출하려는 시장을 피봇 하기로 결정했어. 그게 바로 마케팅이었지. 문과 고유의 직무라고 여겨지던 마케팅도 결국 데이터 역량이 필수가 되어가던 시기였거든. '상경계열 전공에다가 문과생 치고 데이터도 좀 봤겠다... 이 시장에서는 내가 팔리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거야. 난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캐치했고, 결국 그 베팅이 맞아떨어져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어.
지금부터 네가 진출하려는 시장과 타겟을 명확히 설정하고 너라는 상품을 이곳 저곳에 판매해 봐. 사업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말이야. 아마 숱한 거절을 경험하게 될 거야. 원래 세일즈라는 게 다 그래. 어지간해선 잘 안 팔려. 실제로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해도 구매로 이어지는 고객은 많아야 1~2%야. 때론 앞이 막힌 것 같고 벽을 마주한 기분이 들기도 하겠지만, 호숫가에 돌을 던져 쌓듯... 묵묵히 나가아다 보면 다양한 길이 보일 거야. 네가 전혀 예상하지 못 한 방향으로 말이지.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고 원하는 분야에 도전해 봐. 사장이 된다는 것, 그것도 나라는 상품을 파는 사장이 된다는 건 꽤나 고된 일이지만,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팔렸을 때의 그 쾌감도 크다는 걸 알았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