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재계약의 계절
워킹맘 2년차,
작년 이맘때 복직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 자신이 떠오른다.
고작 1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애와 나 단 둘이 있던 그 1년은... 뭐랄까 혼자였던 시절의 1년과는 많이 달랐기에, 잠시 육아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모든 걸 일시정지로 눌러둔 상황 같아서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어영부영 투잡까지 하며 프리랜서의 삶을 연명 중이다. 직업이 매일같이 글을 쓰는 일이다보니 일만 끝나면 타자기따위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렇고)
매일 아이템을 내고 그에 맞는 기사들을 보고 흐름을 잡고 글을 이어나간다. 3분 남짓의 짧은 글일지언정 그 노력은 길게 쓰나 짧게 쓰나 똑같다. 섭외를 하고 질문지를 꾸리고 이해가 안 되는 말은 유튜브와 각종 관련 기사와 통계를 찾아가며 다시 듣고 정리한다. 그러다보면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지, 이 흐름이 이게 맞는지 잠깐 혼미해지기도 한다.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방송이 나갈때까지 수정의 연속, 그리고 모두가 저녁을 먹는 신ㄱ사 무려방송이 끝나면 한시름 놓는다.
하루마다 갱신되는 긴장과 불안, 요즘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요가다. 손목이 시큰거리고 때때로 직각으로 구부려져 있던 무릎까지 시린다. 요가원에 가서 되든 안되든 고행에 가까운 동작을 따라하며 마음을 삭인다.
(그런데 왜 아직 다리 펴고 머리서기는 안되는지?) 그 외의 시간은 육아. 아이가 커가는 모습에 행복하면서도 밑도 끝도 없는 고집 부리기에 내면의 한계와 부딪힌다. 그치만 혀짧은 말투와 뽀동한 볼을 보면 얘 없이 어찌 살았나 싶다.
보통 프리랜서로 1년을 계약하다보니, 재계약 시즌이 돌아오면 초예민모드가 된다. 지난밤에는 새벽 4시에 눈이 절로 떠졌다. 회사원 친구들에겐 말못할 은밀한 고용불안, 밥벌이의 압박이 큰 산이 되어 짓누르는 느낌이다. 가끔 처지가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긴긴 인생 뭐먹고 살까 그 걱정 뿐. 이 시즌이 끝나면 그래도 또 한 시름 놓게 될까.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그래도 사는게 영 재미없거나 절망적이진 않다. 아직까진 그래도 요가로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건강하고, 타자기를 두드릴 정도니 손목이 아예 망가지진 않았다. 내게는 천군만마처럼 아이를 돌봐주시는 친정엄마도 있다. 남편이 일 때문에 주에 딱 하루 쉬는게 싫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져 맘만 먹으면 온가족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렇게 한 사이클이 돌고 나면 또 나는 내년 2월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말 오랜만에 일을 하다말고 짬나는 시간에 툭 던져본 내 요즘의 일상. 일 외에 글로 쓸데없는 얘기를 주절주절 써본게 얼마 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