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월급은 0원 11화 : 시절을 낚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
점을 봐주시던 할머니가 너무 저의 상황과 과거에 대해 잘 풀어주셔서 펑펑 울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것 같다는 저에게 할머니가 해주신 이야기는 강태공 이야기였습니다.
강태공 이야기를 아시나요?
강태공은 주나라의 인재입니다. 그는 72세라는 늦은 나이에 인재 등용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을 상상해 보면 70대라는 나이는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삶을 마무리하는 시기였겠죠.
강태공은 그럼 70대가 될 때까지 어떤 일을 하였냐라고 하면, 표면적으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강가에 나가, 낚시를 하고 책을 읽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가 하는 낚시는 곧은 낚시였다고 합니다. 낚싯바늘이 곧게 펴져있어, 물고기들이 미끼만 먹고 가는 그런 낚시를 했다고 해요. 그렇기에 매우 가난한 삶을 살았다고 전해지고, 그러다 보니 그의 처도 그를 떠났다고 합니다. 그냥 이 짧은 몇 마디로도 강태공은 엄청 한량이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는 72세의 나이에 문왕의 눈에 띄어 관직에 오르게 됩니다. 문왕이 사냥을 마치고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사람이 바로 강태공인데, 낚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가진 비범함을 알아차린 문왕이 그를 인재로 등용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인재로 등용하게 된 설에 대해선 우연히 만난 거다, 문왕이 그를 찾아 나선 것이다 등 여러 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인용해 왔습니다.)
다양한 설이 있지만, 72세란 늦은 나이에 인재에 등용된 강태공은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대명사가 되어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는 무책임한 가장으로 보일 수 도 있고, 그저 백수처럼도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머니께 들었던 이야기의 맥락은 다음과 같습니다
'강태공은 강가에 앉아서 허송세월만을 낚은 것이 아니라, 책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만나고, 세상의 만물을 보면서, 삶의 이치를 깨닫는 중이었다. 그저 자신의 때를 기다렸던 것뿐이다. 그러니, 지금은 잠시 흘려보내기도 해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지금까지 했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고, 그저 아직 그때가 아니니 힘들 수밖에 없었을 거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또 한 번 눈물이 터졌어요. 사실 주변을 둘러보며 평탄하게 살고 있는 친구들과 저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나는 괜찮아. 아니야.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주변을 부정해야만 내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내가 못하는 부분이 스스로에겐 더 크게 느껴지고, 나의 부족함이 너무 커 보이기만 하고요. 왜 나는 다들 하는 성공을 하지 못할까? 왜 나에겐 항상 힘든 일들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제가 안고 있던 무거움이 갑자기 한결 가벼워졌어요.
할머니가 저희 엄마에게도 신신당부하셨어요.
"따님이 무얼 하던 절대 잔소리하지 마세요. 아직 좀 기다려야 할 때이니, 때가 되면 잘할 거니 걱정 마세요."라고요. 엄마에게도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시니, 내가 자식으로서 부모님께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과 좌절감도 있었는데, 저에게 조금의 위안이 되었던 것 같아요. 또한 제가 하면 부모님께 짜증이 될만한 이야기를 제삼자의 입으로 전달해 주신 것 같아서 그것도 너무 좋았답니다.ㅎ
이때 강태공 이야기로 제가 깨달은 것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노력은 디폴트 값일 뿐이다라는 것과,
그 노력이 나에게 답해주는 때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
누군가는 이른 나이에 성과를 내고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그 타이밍이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성공한 사람들은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고,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고, 그 운과 타이밍의 모든 것이 시너지를 내는 순간을 조금 더 빨리 만났을 뿐이더라고요.
물론 누군가는 그 타이밍을 계산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타이밍은 예측불가한 상황에서 오는 것이라서 언제나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강태공은 72세라는 나이까지 그때를 기다릴 줄 알았기에 역사적으로 길이 남는 인재가 되었던 것이겠죠.
저는 지금도 꾸준하게 무언가를 해나가고 있어요. 그런데 예전처럼, 왜 난 잘 되지 않을까? 왜 난 다른 사람들처럼 잘하지 못할까? 왜 내 삶만 이럴까? 난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에 대해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려고 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때가 과연 오긴 할까라는 생각도 해요. 그저 내가 어떤 사람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러다 보면 운이 좋으면 다른 사람들이 놀랄만한 결과를 내는 때가 올 수 도 있고, 아니면 지금처럼 내 삶과 가치에 대해 스스로가 인정해 주는 삶이 있기도 하겠죠.
요즘 어떻게 살아가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흘러가는 데로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데로 살지 않으면 흘러가는 데로 산다는 말도 하지만,
인간의 삶은 너무 예측 불가라서 생각한 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물과도 너무 닮은 게 인생인 것 같아요.
물을 보면, 계곡에 수많은 돌을 지나오며 큰 강으로 나오게 되고, 그 강물은 더 큰 바다라는 곳으로 가잖아요. 계곡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돌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순간일 거고, 그로 인해 그 상황들을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큰 강으로 나와서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것들을 접하며 세상을 또 읽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겠죠. 그렇게 점점 더 큰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이겠죠.
그러니 인생이라는 흐름에 몸을 맡기되, 그 흐름 속에서 보이는 기회와 순간을 즐기는 것!
그게 가장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할머니와의 만남 이후에 전 회사를 퇴사하지 않게 되었고, 다시 한번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기회들을 만들어나갑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