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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총회, 꼭 가야할까?

감투 쓰기 싫은 당신에게

by ㅎㅁㅎㅁ

3월이 되면 학교는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입학식, 시업식을 치르고 나면 대망의 학부모총회와 공개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대개 학부모총회는 학교설명회, 학부모공개수업과 같이 진행된다. 시간 내기 어려운 학부모들이 많으니 한 번 학교에 온 김에 한 큐(?)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맘때면 맘카페에는 어김없이 질문글이 올라온다.

”학부모 총회 꼭 가야 하나요?“

“참관수업만 보고 나와도 되나요?“

그 밑에는 해마다 같은 댓글이 달린다.

”괜찮아요, 저도 참관수업만 보고 나올 거예요.“

”총회는 안 가는 게 좋아요. 담임선생님도 안 오시는 걸 더 좋아하실 거예요.“

이러한 선배맘들의 조언(?)을 마음에 새기고 온 엄마들은 학부모참관수업이 끝나자마자 마치 세스코가 출동한 듯 휘리릭 사라진다. 분명 학부모공개수업 때는 30명이 넘는 인원이 교실 뒤에 발디딜 틈 없이 있었는데, 공개수업 마치고 정신없이 아이들 하교지도를 하는 사이 모두가 사라져 버렸다.

서운하다.

우리 반 교실에는 학부모 한 분이 앉아계신다. 그분은 맘카페를 안 하신다고 한다. 겨우겨우 복도에 서성이던 학부모 세 분을 더 붙잡았다. 마치 호객행위를 하듯 “아유~ 어디 가셔요. 얼른 가서 앉으셔요.” 하고 난 내 마음도 편하지는 않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하는 봉사활동이 많았다. 그래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부모총회 갔다간 귀찮은 감투만 쓰고 온다.‘ ’총회는 안 가도 상관없고 상담기간에 상담만 하면 된다.‘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었다. 너무 안타깝다.

나도 워킹맘이기에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일하랴 육아하랴 우리 가족 건사만으로도 힘든데 학교에 이름을 올려서 이것저것 하기에는 내 마음과 체력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우리 학교만 해도 학급대표 1명을 뽑는데 하는 일은 1년에 한두 번 아이들이 먹는 급식이 어떻게 조리되는지 참관하는 것 뿐이다. 어떤 학교는 급식 모니터링 하고 싶은 학부모가 너무 많아서 추첨제로 진행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특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감투 쓰기 싫어서 학부모총회에 안 온다는 건,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는 말에 가깝다.

​​


학부모총회는
교사와 라포를 형성하는 첫 날




그리고 애초에 학부모총회와 상담은 다르다. 아예 성격이 다르다.

내 아이를 1년 간 가르치고 함께 육아파트너가 될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이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할 것인지는 학부모총회에서밖에 들을 수 없다.

상담은 말 그대로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기에 그 자리에서 교사의 가치관이나 교육방향 같은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또한 상담 때 모든 학부모가 신청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학부모총회야말로 교사와 학부모 간의 라포를 형성하는 첫날인 것이다. 교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교육을 하는지 직접 만나 눈을 마주치고 듣다 보면 우리 아이의 1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사라진다. 선생님에 대해 아이의 말로만 전해 들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일도 줄어든다. 텍스트보다는 전화로, 전화보다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관계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교사와 학부모도 만나야 한다. 만나서 서로가 경계태세를 낮추고 1년 간 이어질 관계의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아이의 양육을 위해 서로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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