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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Aug 24. 2022

10번 이직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나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그 나이에 어린 친구들이랑 괜찮겠어요?


외식업체에 첫 발을 디딜 때 면접관의 질문이었다. 굉장히 자존심 상했고,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말이었다. 이에 지지 않고, 똑 부러지게 답했다. "경력이 우선 아닐까요? 나이는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접관이 웃었다. 불합격일 줄 알았는데, 합격해서 1년을 근무했다. 사고로 퇴직하지 않았다면 더 오래 다녔을 것이다.


000피자 면접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아이고!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알바가 10대, 20대인데 일하기 괜찮겠어요? 자존심 상하는 일 많을 텐데. 나이가 많아서 괜찮으려나"

"네. 제가 경력이 없으니 배워야죠. 문제없습니다" 면접관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합격했다. 이후 매장 근무에서 본사 발령까지 4년을 근무했다.


27년 직장 생활하는 동안 직업을 10번 바꿨다. 물론 짧게 일하고 그만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짧게 2년, 길게 7년 등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런 나를 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해야지, 그렇게 계속 직업을 바꾸면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아. 제발 한 우물만 파라" 물론 틀린 말 아니다. 경력이 이어지는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직할 때마다 어려움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인생에 정답이 없다!'라고 생각한 난, 두려움보다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자극하는 일이 먼저였다. 그렇기에 용기를 냈고, 후회가 없다. 






작년 12월, 재취업에 대한 걱정을 싹 접고 48살 당당하게 퇴직했다. 지금은 49살 8월, 취직이 어려워진 나이가 됐다. 당당함이 걱정과 두려움으로 변해갔다. 이 불안한 마음을 부여잡기 위해 '과거에 이직을 준비했던 나는 어땠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난 나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 빨간 사과처럼 열정적이지만 풋풋한 20대, 진짜 사회생활이 뭔지 조금씩 알아가는 30대, 풍파 속에서 영글어 가는 40대.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도 생기고, 다른 사람을 덜 신경 써도 되는 퍽퍽하지 않은 삶이 꽤 매력적이다. 물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앞으로 보다 더 영글어 갈 인생만 생각하려고 한다.


누구도 타인을 쉽게 판단할 수 없고, 천년만년 20대로 살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닥칠 일이다. '후배들의 패기와 선배들의 노하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현 불가능한 생각을 해 본다.


오늘 난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축하드립니다! 합격하셨어요. 저희와 즐겁게 일해요"


기분 좋았지만 이번 면접 때도 여지없이 이런 말을 들었다. "센터장 경력이 8년이나 되고, 나이도 적지 않으신데 저희랑 같이 하실 수 있겠어요?"


"나이가 무슨 상관이에요,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15분 면접을 무사통과하고 재취업에 성공했다.


'그래, 면접 때 불편하면 어떠하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걸로 충분하지.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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