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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Jun 20. 2022

별밤지기! 반가웠어요.

2022 이문세 콘서트 관람

방문 꼭 닫고, 스탠드 불빛 아래
당신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웃고 울던
10대 시절 행복했습니다.


중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서 워크맨이 유행했다. 국내 제품도 있었지만, 소니를 갖고 있던 친구들은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어느 날 아빠가 일본 출장을 간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부탁했다. "아빠, 일본 갔다 오시면서 워크맨 사다 주시면 안 될까?"하고. 엄마가 내 소원을 들어주셨다. 아빠가 일본에서 돌아오시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일주일 후 아버지가 돌아오셨다. 워크맨을 선물로 받았는데, 행복해서 숨넘어갈 뻔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80년대, 가전제품은 고가였기 때문에 샐러리맨인 아버지가 사주기에 쉽지 않았다. "공부 열심히 하겠다"라는 터무니없는 약속을 부모님께 하고 받은 워크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워크맨과 혼연일체가 된 나는 음악 듣고, 라디오 듣고, 손에서 떼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이어폰 줄이 내 몸 어딘가에 감겨 있어 어이없어 웃던 적도 여러 번. 물론 공부 안 하고 이어폰만 끼고 있다고 혼나기는 했지만, 하루하루가 신나고 행복했다. 늘 음악만 듣다가 당시 유명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기 시작했다. 당시 이문세 아저씨가 DJ 할 때였다. 엽서 사연도 들려주고, 공개방송도 하고, 초대 손님이 나와서 이야기도 나누고 지금의 라디오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나도 여러 차례 엽서를 보냈던 기억이 있다. 폭풍 같던 시절을 보내고 있었으니 얼마나 할 말이 많았겠나. 안타깝게도 소개된 적 없었지만, 엽서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이문세 아저씨는 집집마다 좋아하는 사람이 1명씩 꼭 있었다(이문세 아저씨가 콘서트 때 한 말인데, 정말 동의한다) 지금의 유명한 아이돌만큼 명성을 날리던 가수였다. 쇼 진행도 오래 했고, 무엇보다 '별이 빛나는 밤에'를 1985년~1996년까지 진행하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당시 노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이별 이야기, 깊은 밤을 날아서, 소녀, 그녀의 웃음소리뿐, 붉은 노을, 나는 행복한 사람, 조조할인, 사랑은 늘 도망가(드라마 OST)등 히트곡이 많은 가수다.


괴로움에 몸서리쳤던 청소년기를 보냈던 내가 그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는데, 그의 콘서트장에 가는 내 마음은 상상불가. 콘서트장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이 있었다. 20대, 30대는 기본, 50대 자녀가 80대 어머니 손 잡고 오기까지 연령대 또한 다양했다. 20, 30대는 부모님이 좋아해서 알게 됐고, 찾아 듣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콘서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연령대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은 가수로서 행복할 것 같다.


2022년 6월 18일 18시, 인천 콘서트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모르는 곡 하나 없이 속으로 따라 부르고, 소리 내 부르고, 두 손 모아들었다. 감각 있는 공연기획에 감동했고.. 드럼 소리에 숨이 멎을 것 같았고, 이문세 아저씨의 재난지원금 받은 분들 너무 부러웠다.






열정적으로 노래 부르고, 손뼉 치고, 소리 지르는 사이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콘서트가 마무리됐다.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뒤로 한채 돌아가는 길. 이렇게 따뜻한 문자까지 보내주는 센스에 감동! 가수의 마음이 담긴 소중한 문자라고 생각한다.


나의 어린 시절, 청춘을 함께 해 준 이문세 아저씨.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노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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