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최성호와 터놓고 대화를 해 본다면
러닝타임 35분, 직관적인 가사, 별 거 없는 구성. 그들이 의도 없음을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청취'라는 음악의 가장 본질적이며 기초적인 부분에 충실한 앨범이라는 것이다.
현재 음악 트렌드는 청각적 쾌감을 위한 2-3분짜리의 이지리스닝 음악이 주류가 되었다. 시나브로 앨범이라는 개념은 마니아층에게만 각광받게 되었으며, 앨범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들은 그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 어떻게든 자신의 음악에 메세지, 비판, 해석의 여지를 집어넣는다. 그것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시대적 명반 취급을, 일정 수준 이하면 졸작 취급을 받는다. 비프리와 허키의 오케스트라는 이들에게 중지를 날리고 있다.
노가다판에서 구르며 밥벌이를 하는 비프리의 삶과 가치관을 참으로 여과 없이 그대로 음악에 녹여냈다. 그가 하고 싶은 말들은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얼굴을 구겨지게도 한다. 그저 그의 일상 이야기일 뿐이다. 장 보다가 한도 초과가 뜬 체크카드로 비웃음을 당한다. 맘 편히 걸어 다닐 인도가 부족하다고 불평불만을 해댄다. 술자리를 가지는데, 상대방만 술을 마시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그렇지만 재미가 있다.
비프리라는 인간 최성호를 만나러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핸드폰이든, MP3든 일단 키자. 귀에 이어폰을 꽂던, 스피커를 키자. 곧 박수갈채를 받게 될 것이다. 그 속에 최성호가 있다. 당신이 걷고 있다면 그도 같이 걷고 있을 것이고, 밥을 먹고 있다면 그도 옆에서 밥을 먹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