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중 손실, LIT

저스디스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by 졸업
Lost In Translation(2025)

현재 씬의 최대 유행은 쩌렁쩌렁한 사운드 위주의 하이퍼팝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매된 저스디스의 LIT은 보란 듯이 현재 유행과는 괴리된 사운드와 꼼꼼하게 포장되어 있고 번역하기 힘든 가사들로 꽉 차있다.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을 제외하고는 모든 트랙이 비슷한 분위기에, 따분하고 지루한 랩만 계속 내뱉는 앨범처럼 느껴질 수 있다. 대부분 트랙이 클래식한 사운드 위주였으며, 랩 스킬은 이견의 여지없이 수준급이지만, 기존 저스디스의 랩을 생각해 보면 비교적 평범한 플로우 위주로 연속함수처럼 이어져내려 가는 앨범이었다.


Curse-Interrude-유년-VIVID로 이루어지는 disc1에서의 사운드적인 연결성은 꽤나 치밀하며 아름다웠고, 특히 Curse에서 DUT2의 감미로운 패드립이 압권이었다. 8분 정도의 인터루드는 솔직히 지루했다. 조금 더 짧았어도 괜찮았을 듯했다. 저스디스 본인은 중간에 담타나 휴식을 권하라는 뜻으로 길게 배치했지만, 8분이라는 길이는 앨범을 몰입하기엔 아쉬운 선택이었다.


disc2에서는 Wrap it up의 중독적인 훅, Can't Quit THIS Shit의 컨셔스 비트와 명불허전 일리닛 랩이 상당히 강렬했다. 다만, DEAN의 활용은 아쉬웠다. 앞부분 저스디스의 강한 랩과 어울리지도 않았으며, DEAN을 어떻게든 넣고 싶어서 어거지로 끼워 넣은 느낌이었다. 이 아쉬움을 '내 얘기'에서 시원하게 풀어줬다. 중간에 피치 업된 저스디스의 목소리와 비트 분위기는 잠깐이나마 Frank Ocean의 Futura Free를 연상케 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는 전율이 느껴졌다.


마지막 트랙 HOME HOME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마치 마블 영화의 쿠키영상 같은 트랙이었다. 긴장감 고조시키는 분위기는 뻔하지만, 앨범의 마무리를 짓기엔 좋은 선택이었다. 유승준과 저스디스가 일갈하듯 주고받는 랩도 짜임새 있게 음악의 분위기에 잘 녹아들어 갔다.


이 트랙이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겠다.

모두가 아는 내용을 뭐라고 가사에 일갈하듯이 말하냐는 반응과 유치하다는 반응도 있고, 정신병 군면제 듀오 주제에 사회비판을 하냐는 반응도 있다. HOME HOME가사 내용 그대로 댓글창은 난리가 났으며, 허수아비 때리는 사람들과 논점일탈하며 정치를 들먹이는 사람들 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저스디스는 유승준 피처링과 직설적인 가사 내용으로 대중들에게 빅엿을 날리는 것은 성공한 것 같다.


애초에 사람들은 번역하려는 의지도 없다.

숏폼의 시대에서, 더군다나 그 숏폼마저도 2배속으로 보는 시대에서 HOME HOME의 가치는 비록 직설적인 가사와 사회 비판 열거이지만, 내용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Lost In Translation'이라는 제목에 맞게 해석의 여지는 상당히 다양하다. 마약과 섹스,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결국엔 저스디스 본인에 대한 비판이 될 수 있으며, 힙합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Don't Cross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추론하고 있으며, 지금도 앨범의 트랙 하나하나 흥미로운 해석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나도 누군가의 앨범이 나오길 학수고대하며, 20곡이나 되는 분량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들어보고, 가사까지 유추해 보는 재미를 오랜만에 느꼈다.


그렇지만 이 앨범이 복합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 저스디스 본인이 바이럴을 엄청나게 돌리며 으름장을 놓은 것에 비해, 내용물은 과하게 암호화되어 있고, 복잡했다. 가사 내용의 유기성이나 본인이 그렇게 강조하던 서사는 '앨범'이라기엔 너무나 불연속적이며 어지러웠다. 수많은 해석과 가사 추론들은 흥미롭지만, 이것이 퀄리티의 척도가 되지는 못 한다. 결국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LIT을 느끼게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구린 앨범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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