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나는 법

by Heni


좋아하는 옷과 구름 한 컵의 햇살,

목마르지 않을 마음과 그걸 담아둘 화분 하나.

너무 잠기지 않도록 켜둘 제습기.


결국, 해가 지고 난 뒤의 열기에도 다치지 않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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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찾아오는 이 여름을 나는 사고라고 부르기로 했다.

조용히 잘 살던 삶에 나타나 숨이 턱 막히게도, 탈진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 여름이

사고가 아니면 대체 무얼까.


그렇게 나에게 다가와 한창을 누리고 있는 여름에게

나는 매년, 지기만 하느라 즐기지를 못했다.

남들 다 즐기고 보내는 그 여름을, 날씨에 맞추어만 사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옷 하나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25번째의 여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고 나서야

여름을 잘 나는 것은 나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말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26번째의 봄과 여름이 왔다.

아직 서툰 나의 마음이 늘 그렇게도 푹 빠져 여름을 대비하지 못했지만

나는 이제 여름을 나는 법을 어느 정도 알기에,

라는 자만함으로 마음 가득 봄을 즐겼다.


하지만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고

나는 어김없이 목말라하는 사람이 되어 구름 한 컵의 햇살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화분은 잘 자라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쩐지 물이 없어 죽어가고 있었다.


그때 때마침 내린 장마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말라비틀어졌겠지.

그 비는 하늘이 내게 내린 마음껏 잠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커튼을 닫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둠에서 나는 여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내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은 나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름밤의 열기가 숨쉬기 힘들게 해도, 이르게 겨울이 오더라도

나의 화분을 나만큼 돌보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장마의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은 사람처럼 그제야 번쩍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나는 좋아하는 옷이 무엇인지를 찾게 되었고, 알게 되었으며

가끔 진창에 넘어져 구르더라도 다시 일어나 구름 한 컵의 햇살을 마주하는 법을 배웠다.

아, 물론 목마를 때 내린 비에도 너무 잠기지 않도록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켜둘 제습기까지.


그럼에도 여름감기는 걸릴 수 있고, 늘 그랬듯 같은 일이 반복되어 최악의 여름이 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돌아갈 나의 여름을 나는 방법이 생겼기에

나는 이제 여름이 두렵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