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던 짓

by Heni

열등이 나를 자주 산책시켰다

목줄 하나 없이 나는 질질 끌려다녔다.


라는 어느 말처럼

나는 우울이, 무기력이, 슬픔이 나를 산책시키며

목줄 하나 없이 질질 끌려다니는 삶을 살았다.

텅 빈 방 안에서 텅 빈 몸으로 누워 질질 끌려다니는

끌어주는 이 하나 없는 빈 영혼의 공허한 산책.


그러던 내가 요즈음 안 하던 짓을 하고 있다.

죽음을 그렇게 바랐으나 이렇게 때가 오게 하려던 마음은 없었는데,


텅 빈 방 안에서 끌어주는 다정한 마음 한 마디가

텅 빈 몸을 자꾸 세상으로 끌어내린다.

오늘의 날씨가 어떤지, 하늘의 모습은 어떤지, 공기는 어떤지

관심 없던 것들을 알게 되다 보니 이제는 내가 궁금해지고

이윽고 봄을 느끼고 싶어 나가려 한다.


끌어주는 이 하나 없는 빈 영혼의 안온한 산책.


바로 곁에 없더라도 그 따뜻한 마음 한 마디가 참 햇살 같아

텅 빈 몸을 햇볕아래 세워두어서라도 기억하고 싶어 져


끌어주는 이 하나 그리려 텅 빈 몸을 데리고 밖을 나선다.


꽃이 피었대요,라는 말에 이제 봄인가 봐요, 대답하며

그냥 꽃이 보고 싶어서라고 나에게 애써 대답하면서


안 하던 짓을 하러 나간다.

햇빛 아래에서 지나간 순간들을 그려보고

꽃봉오리를 이렇게 보아두었다가

우리 꽃피는 순간을 같이 하자고 말하고 싶어서

꽃이 지면 또 피는 녹음 아래에 그늘을 즐기자고 말하고 싶어서

모든 게 지고 나면, 다시 피어날 때까지 같이 기다려달라고 하고 싶어 질 것만 같아서.



안 하던 짓을 하고 싶어 져서

안 하던 짓을 하러 산책을 나간다.


목줄 하나 없이 내가 나를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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