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사랑이 있었다.
세상을 모두 덮고도 남을 사랑이, 온 마음 가득히.
그러나 우리는 사랑 대신에 미워하는 법을 알기를 택했고
도리어 아무것도 모르기를 택했다.
우리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 우리가 그러기를 택했다.
그렇게 우리는 무지해졌고 잘 미워하며 싸우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렇기에 아픔은 우리를 찾아왔고, 상처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
안녕,
우리는 이제 가까워지는 종말을 바라보면서
잃어버린 낭만과도 같은 ‘사랑’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어.
그래야만 이 세상이 돌아갈 수 있다는데
왜 그걸 아무도 미리 알아봐 주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우리에게 맡기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들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몰려가는 중이야.
듣기로는 우리에게 원래 주어졌었다는데,
우린 아직도 그게 뭔지 갈피를 못 잡겠어.
하룻밤을 위한 섹스와 순간의 감정, 오늘의 쾌락이 아니고서
대체 무엇이 있었다는 건지 정말 알 수가 없는데 모두가 우리를 누르고 있어.
저게 아니고 또 뭐가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어쩌란 건지.
세상은 다 행복한 가정이 좋다는데, 그게 우리를 이루었다는데,
다들 방독면조차 벗지 못하는데 지금 그게 대체 뭘 말하느냔 말이야.
그래도 어디에 말했다간 물어뜯길까 두려워서 이렇게 너에게만 남겨.
너도 흔적을 찾으면 내게 말 좀 해줘.
아, 문을 두드리네.
난 오늘도 혐오를 혐오하지 말라는 시위에 참여할 예정이야.
무슨 시위인지 잘 모르겠지만, 다들 하길래 따라 하다 보니 이젠 거기가 편해.
이런데도 사랑을 찾아야 할까?
있어야만 이 재앙을 멈출 수 있다니까 찾아야만 하겠지,
근데 그게 내가 될까?
….
대충 이러다 보면 찾을 수 있겠지,
나 이만 가볼게.
혹시 뭐라도 알아내면 말 좀 해줘.
이젠 정말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