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와 카오스: 질서의 탄생

완벽한 지도를 찢고 왜 굳이 길 없는 숲에서 길을 잃으려 하는가

by Henri

태초의 세계는 이름 붙여지지 않은 어둠이 출렁이는 심연이었을 것이다.

형체도 경계도 없던 그 무질서 앞에서 인간이 느낀 근원적인 공포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우리는 질문이라는 가느다란 바늘로

흩어진 현상들을 꿰어 질서라는 옷을 지었고,

그 예측 가능한 온기 속에서 문명과 사유의 집을 세워왔다.

적어도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공들여 쌓아 올린 질서는 시간이 흐르며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보호막이던 규칙은 점차 숨을 조이는 틀이 되고,

삶을 지탱하던 기준은 움직임을 멈춘 채 굳어간다.

모든 것이 규정되고, 정답이 쉽게 호출되며,

효율이라는 잣대가 삶의 모서리를 하나씩 깎아낼 때,

인간의 영혼은 스스로 움직이기보다 정해진 궤도를 반복하는 데 익숙해진다.

그 변화는 대개 조용히 진행된다.

그래서 쉽게 자각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질문하는 인간, 호모 콰에렌스의 역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안락한 질서에 균열을 내는 존재이며,

모두가 확신이라 부르는 것들을

다시 불안정한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파괴자라 불릴지 모르지만,

그의 파괴는 언제나 소란스럽지 않다.

대개는 혼자 감내해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질서가 주는 평온보다 혼돈이 품은 가능성을 택하는 일은,

생각보다 느리고 고독하다.


그는 이미 세워진 법칙을 의심의 불길에 던지고,

그 재 속에서 어제와는 다른 새벽을 더듬듯 길어 올린다.

자기 안에 끝내 정리되지 않는 혼돈을 남겨둔 채,

그것을 제거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려 한다.

길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멈추지 않고,

누구도 정해주지 않은 리듬으로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딛는다.


이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당연함’이라는 이름의 질서를

가만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성공의 공식, 타인의 시선, 혹은 스스로에게 덧씌운 한계들.

그것들은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오래 흔들어보아야 하는 그물에 가깝다.

그리고 그 첫 움직임은 대개 질문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영혼이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

어쩌면 그것은

질서를 무너뜨리는 거대한 파동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우주 안에서 조용히 태어나

끝내 사라지지 않을

별 하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Henri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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