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어떻게 활용할지

by 래연

고민 중이다.


아직 익명의 나의 구독자는 없다.

방금 쓴 문장은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 뭐가 어떻게 될 거 같은 기분은 관문을 넘어서자마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보편에게 닿는 글쓰기를 그리 잘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 공간에 대한 설렘이 그대로 꺼져 버리지는 않는다. 흰 모니터 화면은 언제나 백지 효과를 던져 준다. 세상의 하얀 것들은 우리에게, 그 위에 무언가를 할 욕구를 긁어댄다.


아직 여기에 쓰기를 망설인다면 그 이유는 딱 하나, 글이 많이 쌓여가는데 대한 숨 막힘이다. 글을 많이 생산하면 정리의 문제에 봉착한다. 나중에 이것들을 내가 잘 볼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내지 못하면, 내 글들이 나를 도로 칭칭 감는 기분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다른 플랫폼들에 그토록 글을 쌓아보고야 알게 되었다.

이제 '무작정'이라는 부사는, 내가 무얼 하려는데 추동력이 되지 못하게 되었다. 여전히 그러고 싶지만, 공간화의 문제가 압박한다. 사라짐에 대한 강박관념이 압도한다. 죽기 전에 소장 미술품들의 처리를 고민해야 하는 수집가나 혹은, 알맞은 습도나 온도에 보관할 것을 걱정하는 미술품의 생산자들처럼, 나는 글을 가지고 비슷한 번뇌에 빠진다.

내 산물들에 왜 이리 집착하게 되냐면, 현실의 모든 범주에서 나를 구제하지 못하고, 어제나 뭔가에 빼앗겨 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내 것이라고 내 마음 바닥으로부터 여길 만한 것이 없다. 따져보면 다 뭔가, 물든 것, 훼방받은 것, 침해된 것, 강제된 것, 어쩔 수 없이 타협된 것들이다. 물질적, 관계적, 가치적인 것, 거의 모두 그러하다. 이렇다는 데 있어서는 사실 자체보다도, 그런 기분이라는 게 몹시 중요하다.

난 이렇지 않은 무언가를, 낳고 싶거나 갖고 싶고 잘 보존하고 싶은 것이다.


브런치에 카테고리 지어 쓰게 될 글들을 나중에 종이책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브런치 북으로 수상하지 않아도 개인적 소장을 위해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면 좋겠다.


내가 쓰게 될 글들은 그렇다 치고.

아직 상호 구독자도 없고.

브런치 나우에서 내가 원하는 글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는, 여러 번 클릭을 해봐도 모르겠고.

그래서 생각이 들기를, 일단은, 그즈음 내게 관심이 생긴 키워드를 검색해서 연관된 취향의 글들을 찾아내 읽기로 했다. 그렇게 해보니,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글들을 기준 없이 클릭해 맘에 드는 글들을 찾아내는 것보다는, 브런치가 내게 좀 더 접근 가능해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