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으로 스르륵 책이 나오고 있다.
마치 예전에 어미 고양이 별이가 아가 4마리 낳을 때처럼 그냥 쑥.
책을 쓰게 된 발단이 모리였으므로, 모리의 털 빛깔을 모티브로 표지를 잡았다.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만 같은 책.
책이 마무리가 될 즘에야
한숨 돌리자마자 이 책의 의미가 와닿았다.
희석되고 닳아져 갈 기억들이 영구해졌다.
맏이가 간 지 3년 되어가는데,
녀석이 그토록 궁디팡팡을 좋아했던 사실조차 잊어버려가고 있었다.
이별과 죽음이란 창문을 통해본 사람과 고양이의 이야기.
하지만 슬프기보다는 신비로운 이야기다.
어딘가 지브리 애니메이션처럼.
이 책은 내겐 마치,
원래 낳으려던 애가 딱히 아닌데
어쩌다 낳고 보니 제일 예뻤더라에 해당할 것도 같다.
다른 책들 사이에 약간 사이드 느낌으로 책을 내게 된 건데
막상 책 만드는 과정에서, 이 책 속에 그려지는 내 마음의 모양새가
다른 책과 다름을 깨달았다.
대상이 고양이라, 사람에겐 열리지 않는 부분까지 다 열고 지낸 대상이어선지,
내가 쓴 그 어느 책 보다 감정적이다.
나는 감정을 많이 부끄러워하고 은폐하는 쪽에 해당하는 사람인데,
가장 가까운 것들과 관련해서는 그러기 힘들게 마련이다.
그런 나의 마음의 결이 드러났는데 역겹지 않아 다행이다.
노란 냥이의 스크래처
오늘도 얘 밥 주러 갔었다.
노란 냥이도 책 속에 나온다.
이 아이 엉덩이엔 숫자 9가 보인다.
스크래치 하느라 몸을 더 죽죽 펼 때마다
이 9 자가 뚜렷해진다.
9 자와 관련하여 이름을 지어주었다.
고양이를 생각하면 8 자나 9자가 떠오른다.
영원이니 신비, 지고의 숫자들.
아까는 바닥에 떨어진 고무줄이 이런 형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