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가 떠나가려는 시점에 이르면,
거기 머물던 것의 형상이 오롯이 뚜렷해진다.
심지어 그것과 함께하기 이전부터의 페이지들까지
한꺼번에 펄럭인다.
<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고양이>중에서
이별 혹은 사별은
무척 아프지만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을 영구화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죽음이 삶을 완성시키듯이요
조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죽음과 이별에 대한 감정이나 태도가
순전히 자연적이고 당연하기만 한 것인지
혹은 각각의 문화에 따라 사회적으로 학습된 면이 있지나 않은지도
생각해 볼 일인 듯싶습니다
무언가가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 있다고 믿는다면
사실,
언젠가는 헤어진다고 생각할 때보다
조금은 해이해지고 애틋함이 덜하기도 할 거예요
이별을 앞두었을 때
전에 없이 감정이 진해짐을 느꼈더랬습니다
마지막 담배 한 대가 애틋하듯이
마지막 잎새 하나가 더 애잔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