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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헨리씨 Dec 03. 2021

헨리의 서평 : 유리젠가


#유리젠가 #이수현


책을 덮고 심장의 떨림을 느껴봅니다. 몸이 조금씩 뜨거워짐도 느낍니다.


필이 꽂히는 책을 읽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저의 증상입니다.


최근에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에게 맞는 책인지 여부를 이런 증상에 맡기곤 합니다.


2030의 느낌이 물씬 나는 책입니다. 당연히 작가의 경험이리라 짐작합니다만 책의 마지막 단편인 #발효의시간 을 읽고 장르가 소설임을 알아챕니다.


심장의 떨림을 안고 가장 먼저 작가가 궁금해집니다.


이수현 작가는SF작가이자 번역가입니다. 수많은 작가의 번역서가 소개되고 있으며 2020 충북작가 신인상 소설 부문 당선, 2020년 동양일보 신인 문학상 수필 부문 당선의 이력도 눈에 들어옵니다. MZ 세대의 작가이기에 책에는 생생한 작가의 경험치가 녹아있다 생각됩니다.


‘유리 젠가’는 이 시대 2030 세대의 방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소설입니다. #시체놀이 #유리젠가 #달팽이키우기 #발효의시간 네 편의 단편은 평범한 일상의 일화로 가볍게 읽힐 수도 있습니다만 소설의 바닥에 있는 이 세대의 혼란스러움과 세상 속에 연착륙하기 위한 처절한 그들의 몸부림을 우리는 알아채야 합니다.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세상은 그간 책에서 봐오던 것과는 다릅니다. 


- 시체놀이

스펙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습니다. 신입사원을 뽑는 자리에 경력을 물어오는 면접관과 준비했다는 듯이 술술 경력을 읊어대는 경쟁자들의 모습에 기가 죽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제안이 온 드라마 속 시체역할은 너무나 익숙합니다. 그 느낌 아니까.



- 유리젠가

나의 자존감은 유리젠가 위에 깨어지기 쉽고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게다가 투명하기해서 누구나 알아채기 쉽습니다. 이제 남친에게도 버려진 것 같습니다. 내가 버렸다고 생각하는 게 그나마 마음이 편안합니다. 이런 저에게 홍콩에서 사업한다고 하는 온라인 애인 ‘데이비드 킴’ 에게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이 들어옵니다. 나도 이제 행복해지나요?



- 달팽이 키우기

배춧잎 속에 숨은 야생 달팽이를 가져다 키웁니다.

남자친구도 직장을 잃었습니다. 나도 직장을 잃었습니다. 뭔가에 쫓겨 아둥바둥 살아갑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야합니다만 행복은 잊어버린지 오래입니다.

푸른 잎을 먹으면 푸른 똥을 싸는, 붉은 당근을 먹으면 붉은 똥을 싸는, 아주 느리게 천천히 움직이는 달팽이가 부럽습니다.



- 발효의시간

우리 집은 2대째 직지빵을 굽는 유명한 빵집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배운 빵은 어느 새 내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에게 가업을 잇겠다고 말씀드립니다만 쓰러져가는 빵집이기에 극구 반대를 하시네요. 잘 익은 빵이 되려면 발효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인생과 아버지가 원하는 나의 인생 사이에 간극이 큽니다. 빵에도 발효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나에게도 발효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사람 속에 혼자인듯 느껴지는 이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에게도 필요합니다.

요즘 정치권의 핫 이슈도 2030의 마음을 누가 보듬어 주는지가 관건입니다.

그들에게 이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2030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유리젠가 위의 나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라떼는 더 힘들었다고 감히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된단다.’ 조언도 주제넘습니다. 그냥 흔들리지 말고 존버하기를 바랍니다.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2030이 지나면 더 좋은 4050의 시대가 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무뎌질 뿐이고 굳은 살이 배길 뿐이고 또 다른 차원의 아픔에 정신없을 뿐입니다.



‘달팽이 키우기’의 마지막 글을 옮깁니다.


‘제자리를 찾는 것, 달팽이의 움직임처럼 조금은 더디겠지만 서서히, 서서히 제 삶을 그려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리라. 그와 난 서로를 바라보고 그냥 씨익 웃어버렸다. 마치 우주 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 유자청을 듬뿍 담은 따뜻한 물을 그에게 건넸다. 그는 유자청을 오래도록 씹어 먹었다. 모든 것을 낱낱이 감각할 수 있을 정도록,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였다.



복면가왕에서 #양요섭 이 부뚜막고양이 가면을 쓰고 불렀던 #어른 을 이 책과 같이 음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손수건 준비하시고…

https://www.youtube.com/watch?v=T0-NsJtbN4c


이 글은 작가님께 협찬 받아 솔직한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


M.blog.naver.com/lovice91

@henry_fu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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